뇌와 근육의 기능적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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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근육의 기능적 연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3.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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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는 근육과 연결되어 있나요?” 이렇게 묻는다면 무례하게 들릴 것 같다. 해부학적으로는 뇌와 근육이 연결되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팔다리를 포함한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뇌에서 시작된 운동신경이 근육에까지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의 진정한 의도는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해부학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서 수상파크에서 쇼를 하는 범고래를 들 수 있다. 수상파크의 범고래는 등지느러미가 바로 서지 못하고 축 늘어진 모습을 보인다. 이를 “늘어진 지느러미 증후군”이라고 한다. 
남태평양과 북극해까지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다니는 범고래가 좁고 수심이 얕은 수족관에서 운동 부족에 시달리고, 그나마 편측의 운동만을 강요받다 보니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사람에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 중 몇 번이나 팔을 어깨 위로 올려보았는지 생각해보자. 대부분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은 거의 하지 않았음을 깨달을 것이다. 기껏해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으려고 몇 번인가 팔을 위로 올려보았을 뿐이다.

어깨관절은 360도 회전할 수 있는 인체의 가장 큰 가동범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많은 현대인은 그중 극히 일부분의 가동범위만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특히 사무실 근로자는 하루의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팔을 책상 위에 걸쳐놓은 자세로 보낸다. 이렇게 관절의 극히 제한된 가동범위만을 이용해서 살아갈 때 견갑골을 움직이는 근육에 문제가 나타난다.

사실 견갑골은 몸통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굉장히 많은 심부의 작은 근육들과 승모근, 광배근, 대흉근과 같은 바깥쪽의 큰 근육에 의해서 지지되고 움직임이 조절된다. 로봇과 사람의 팔이 다른 점은 로봇은 몸통에 직접 팔이 부착되어 있지만 사람의 경우는 팔뼈가 몸통에 직접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견갑골에 붙어있다.

새의 경우는 이 견갑골을 이용해서 날개짓을 하여 공중을 날고 네발짐승은 견갑골의 지지를 받아서 견고하게 지면을 딛고 달리거나 점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중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은 이 견갑골에 붙어있는 근육들을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만일 우리가 어깨관절의 가동범위​​를 모두 사용해서 팔을 움직인다면 이 팔의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는 견갑골도 위아래로 오르내리거나 안쪽과 바깥쪽으로 회전하면서 팔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팔의 움직임에 맞추어 견갑골을 움직이는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면서 어깨충돌증후군과 같은 어깨통증이 나타난다.

또 다른 예로서 엉덩이 근육이 있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있는 생활을 하면서 엉덩이로 내려가는 신경 자극이 멈춰지게 된다. 사실 엉덩이 근육은 몸을 세워 일어서거나 걷거나 뛰는 동작 그리고 점프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육인데, 앉을 때 쿠션으로 밖에는 쓰지 않는 셈이다. 장시간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엉덩이근육을 사용하지 못하니 대신 허리부위에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척추기립근을 사용하여 상체를 일으키게 된다. 

이때 척추를 붙잡고 있는 근육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허리를 짚고 ‘아이구~’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다. 이처럼 뇌와 엉덩이 근육과의 기능적 연결이 끊어진 상황을 ‘엉덩이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른다. 

또 대표적으로 연결이 끊어진 근육은 엉덩이 옆쪽의 중둔근이다. 목욕탕에 가면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의 엉덩이 옆쪽이 움푹 패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중둔근이 많이 위축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둔근은 다리를 옆으로 벌리는데 작용하는 근육으로 일상생활 중에 다리를 옆으로 벌리는 동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걷기 것만으로도 몸을 측면에서 받쳐주는 작용을 하여 중둔근이 위축하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끊어진 뇌와 근육을 기능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잘 계획된 의도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을 배워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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