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과 운동의 뇌척수액 청소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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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과 운동의 뇌척수액 청소효과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3.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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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의해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뇌의 퇴행성 변화는 정보의 수용과 처리와 관련된 특정 영역, 특히 뇌 해마 치상핵에서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죽는 현상이다. 그 주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나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며, 그 밖에 알코올성 치매나 당뇨병성 치매가 있다.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는 노화와 함께 일어나는 뇌혈류 감소에 수반되며, 뇌 해마라는 부위에서의 신경 결손에 의해 초래된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됨에 따라 뇌의 해마부위와 대뇌피질부가 현저히 위축되는 반면에 뇌실은 확대된다. 뇌실은 뇌에 있는 빈공간으로 뇌척수액으로 채워져 있다. 결국 뇌의 전체 면적 대비 뇌실 면적의 비율(VBR)이 현저히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의 주된 원인은 결국 뇌척수액을 순조롭게 배출시키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즉 뇌세포는 뇌척수액을 생성시켜 순환시킴으로써 뇌세포가 생성하는 여러 노폐물이나 변성단백질을 배출시킬 때 제대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일종의 뇌의 하수처리 시스템인 셈인데, 뇌척수액의 순환을 이용한 이러한 배출시스템을 글림프시스템이라고 한다. 

특히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이 잘 배출되지 못하고 뇌실질에 축적하면서 뇌세포를 죽이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일종의 변성단백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해서 몇 개가 모이고, 결국 아밀로이드플라크라고 하는 좀 더 큰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플라크의 형성은 신경세포의 신호전달물질의 전달을 방해하고, 시냅스를 차단하여 신경망의 기능을 저해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죽이게 된다. 그로 인해 정도에 따라 인지능력의 저하나 운동기능의 손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근위축성측삭경화증, 파킨슨씨병, 헌팅턴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은 신경세포의 점진적인 손실, 인지장애, 운동장애, 감각손상 등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러한 질병군은 역시 이러한 노폐물의 처리장애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글림프시스템과 수막림프관을 통한 배출은 가장 주목을 받아 오고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위적으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C)를 발현시켰을 때 수막림프기능이 강화되었고, 늙은 쥐의 인지행동이 개선되었다는 보고 등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그러므로 혈관내피세포정장인자를 발현시키는 약물의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비약리적인 방법으로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발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최근 뇌에서 림프시스템을 발견한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수면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에서 뇌척수액과 간질액 사이에 물질 교환의 효율성에 있어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뇌척수액에 의한 물질교환은 수면 중 세포 외 공간의 확장과 수축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수면 중에 세포 외 공간이 크게 확장되는 현상이 일어남으로써 간질액 내 아밀로이드베타와 같은 노폐물 제거가 60%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파수면에서 더욱 활발한 글림프시스템의 활동이 높아진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깨어있는 동안 신경활동에 의해 생산된 대사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시스템의 작용의 증가가 수면의 회복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운동은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 즉 하루 중 운동을 하면, 그날 밤 수면 중 논렘수면이 증가하고 서파수면이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논렘수면과 서파수면 중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운동이 수면 중 수막 및 글림프시스템을 통한 뇌척수액의 청소 효과를 촉진할 것이라는 논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하여 운동 자체가 직접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여러 역학적 연구들에 의해서 걷기운동을 포함하여 정기적인 운동을 할 때 노년기 치매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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