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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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2)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3.2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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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행복은 크기가 아닌 빈도이고 큰 행운을 기다리느라 자잘한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혹자는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로 방어기제를 꼽기도 한다. 같은 일을 겪고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건 방어기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웃어넘기고 어떤 사람은 분노하고, 어떤 사람은 남 탓을 하고, 어떤 사람은 외면한다는 것이다. 유머나 인내심 같은 방어기제는 사람을 끌어당긴다. 자기 회피나 건강염려증 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자신에게 순간적인 위안이나 만족을 주지만, 타인에게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간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는데에 돈을 쓰고, 불행한 사람은 물질을 사는데에 돈을 쓴다고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에 집착하지 말라. 역시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2018년 온라인에서 행복 관련 단어를 찾아보니 아이, 가족, 엄마, 친구, 남편, 아빠, 부모, 부부 등 매일 부대끼며 만나는 가족 구성원이었다고 한다. 행복을 느끼는 사건으로는 성공은 저 아래고 돈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많은 것은 여행할 때와 건강할 때였고 그 외 선물, 생일, 차 한잔, 맛있는 음식 먹기, 영화 보고 산책하고 운동하는 것 등이었 다고 하니 이제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주일마다 두 번 찾아오는 아들, 며느리, 손녀를 생각하면 지긋이 행복하다. 이제 나는 지금, 여기, 이곳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으로 참 많이 행복하다. 이런 행복이면 되지 여기서 더 무슨 행운이 필요할까? 나의 사랑하는 손녀 효원아! 2016년 1월 18일, 분만실에서 안겨나온 너를 처음 본 순간, 가슴 설레는 손녀라는 이름과의 첫 만남에 나는 한동안 흥분되었었지. 내가 젊었을 적 네 아빠를 낳고 키웠지만, 그저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쫓기느라 늘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것만이 늘 고맙고 기특할 뿐이었다. 그런데 너의 탄생은 내게 이 세상 온갖 만물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신비로움을 선사해주었단다. 길가다가도 우연히 아기와 함께 있는 엄마 아빠를 보면 나도 모르게 염치를 무릅쓰고 다가가서 웃으며 ‘아기가 몇 살이냐? 말은 언제부터 했느냐?’하고 내 궁금증을 풀다가 멋쩍으면 “애기가 아주 예쁘게 생겼네요.” 하고 얼른 칭찬을 해주면 그 엄마 아빠는 참 좋아하더구나. 이렇게 이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또 다른 네가 되어 나의 눈과 귀를 당기고 끌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구나. 지난 2016년 4월, 할아버지께서 청천벽력 같은 위암 판정을 받아 아찔했던 그 순간에도 딱 두 가지가 마음에 걸리셨단다. 그중 하나가 “내가 지금 죽으면 이제 돌이 지난 우리 효원이가 할아버지 얼굴을 기억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네 얼굴이 떠올랐단다. 너의 존재는 탄생 자체가 우리에게 보배 같은 존재였고, 너로 인해 이 세상 모든 것이 새 로워 보이는 마법 안경을 선물 받은 것 같단다. 예상은 했어도 할머니라는 호칭이 처음엔 더없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네가 불러주는 최고의 영광된 호칭이 되었지. 네가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렇게 행복한 할머니가 될 수 있었겠니?네 아빠를 키울 때는 떼를 쓰면 달래느라 힘들고, 소리 내어 울면 같이 힘들어 속상하고, 안 먹으면 안타까운 마음에 밉고, 느린 행동에는 내 마음이 급해 기다려주지 못하고 재촉하며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었지. 그런데 지금은 네가 우는 모습도 귀엽고, 떼를 써도 예쁘고, 안 먹으면 기다렸다 먹이면 되고, 느리게 걸으면 네 손을 잡아줄 수 있어 좋고…. 너의 어떤 모습도 내겐 축복으로 느껴지지. 마른 나뭇가지와 나뭇잎 그리고 돌멩이 하나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네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봄의 새 잎새를 만지기라도 할 때면 온 세상 새 생명과 신비로움이 만나는듯한 묘함으로 가득해진단다.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 없이 움직이는 수퍼 에너지를 보며 너의 건강함이 고맙고, 샛별같이 맑고 초롱초롱한 너의 눈 속에서 나는 너의 착한 마음을 본단다. 쉼 없이 이건 무엇이냐고 물음표를 던지는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너의 밝은 미래를 보는 행복감도 덤으로 주어지는구나. “할머니 나도 할 수 있어요.”라며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고, “할머니 내가 도와줄게요.”하며 무엇이든 빼놓지 않고 함께 하려 하고, “할머니, 내가 만져봐도 되나요?”라고 예쁜 양해를 구하는 네 말이 얼마나 예쁘고 기특한지 나는 저절로 네게만은 예스맨이 될 수밖에 없더구나. 사랑하는 효원아. 이제 네가 세 돌이 훌쩍 지났구나. 너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다른 모습으로 어른을 향해 달려가겠지? 네 에미는 종종 너의 많은 부분, 체형까지도 나를 닮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가 이 할머니를 닮은 여성으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 말대로 우리가 많이 닮기 위해 앞으로 아주 더 친해지자.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남김없이 무엇이든 나누고 싶다.나도 너처럼 예쁜 세 살일 때도 있었고 꿈 많은 소녀 시절도 있었으니…. 그 옛날이야기도 도란도란 너와 나눌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태어나고 자라고 마음껏 만끽하는 생명, 그러나 언젠가는 미련 없이 다 놓고 떠나야 하는 우리의 모든 것들. 그래서 눈물겹도록 대견한 우리의 삶이니…. 너는 곧 네 앞에 무한대로 펼쳐져 있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거침없는 꿈의 날개를 펼쳐가겠지? 너의 멋진 미래에 내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구나. 앞으로 너와 함께 대화하며 너의 성장에 동행할 수 있는 행운을 잡은 할머니가 나 말고 세상에 어디 또 있겠니? 생각만 해도 가슴 이 설레고 벅차다.

평생을 아동 간호학을 강의하고 연구해온 아동 간호학 교수인 할머니의 제2인생 라운드는 너와의 동반성장이라는 무엇보다 행복한 새 과제가 생겼구나. 기대할게. 효원아. 우리 천천히 그리고 재미있게 함께 가자. 너를 사랑하는 미래의 동반자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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