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유를 위한 운동요법
상태바
암치유를 위한 운동요법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5.18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환자가 치료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겪게 되는 부작용은 피로이다. 즉 수술이나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은 조혈과정의 손상에 의한 빈혈, 식욕저하로 인한 영양결핍, 심장이나 폐기능의 저하, 근육의 위축과 같은 부작용을 수반하게 되며, 이는 심한 피로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피로감 때문에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이는 다시 체력수준을 더욱 떨어뜨려서 더욱 심한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암에 대한 치료효과를 더욱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암으로부터의 생존율도 더욱 감소하게 된다. 

암 자체나 암치료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로감에 대해 약물적 요법들은 대부분 원인에 대한 접근보다는 대증적인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암치료의 과정에서 함께 나타나는 체력저하나 근량감소, 근기능의 쇠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운동은 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요법적 효과가 있는 비약물적 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피로를 호소하는 암환자에게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산책 등만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운동요법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즉 암환자가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전후하여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치료의 수단으로서 운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단지 피로감에 대한 대처뿐만 아니라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보다 적극적인 요법으로서 운동은 매우 필수적이다. 암환자의 경우 근육조직에서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는 인자에 의해 근소모를 촉진하는 인자들의 생성이 촉진된다. 또 암의 치료과정에서 고용량의 면역억제제에 의해 근육의 미세구조와 기능에 손상이 나타나서 근육원섬유의 감소, 미토콘드리아량의 감소, 모세혈관 밀도의 감소가 초래된다. 그로 인해 근육의 에너지 대사능력이 현저히 감퇴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최근의 연구들은 암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비약리적 수단으로서 운동이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근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 암이 진행될 때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현상은 근육이 위축되는 것인데, 그러한 근육의 소실을 초래하는 원인은 암세포 자체에서 방출되는 PTHrP나 마이오스타틴과 같은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의 작용에 더하여 항암치료로 인한 식욕감퇴와 활동저하가 더해짐으로써 근단백질의 분해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근육손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결국 근육손실은 면역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암환자에게서 근육의 손실은 예후가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가장 뚜렷한 증거이며, 점차 근육이 손실되어 전체 근육의 40% 이상이 손실되면 사망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므로 과거 암환자에게 주로 권장되었던 유산소 형태의 운동에 더하여 근력과 근육량을 유지ㆍ증가시키기 위한 저항운동이 운동프로그램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낮은 강도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적어도 중정도 이상의 운동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암의 재발율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요즘은 항암화학치료, 표적치료제에 이은 제3세대 암치료방법으로서 면역치료가 활발히 연구, 적용되고 있는 중이다. 운동요법은 면역요법과 복합요법으로 효과가 있어서 치료에 대한 반응률을 높여주고 완전관해(암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를 얻을 가능성을 높인다. 즉 종양 안으로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의 침윤이 많이 될수록 면역치료제인 면역관문억제제의 사용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운동은 T세포나 자연살해세포(NK세포), 수지상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종양으로 침윤을 도와주는 작용을 하므로, 수술이나 면역요법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면역세포들이 종양 안으로 잘 침투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는 ‘콜드 종양(cold tumor)’을 면역세포들이 잘 침윤하는 ‘핫 종양(hot tumor)’으로 바꾸는 것이 면역치료의 관건인데, 운동요법은 이러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