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세상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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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세상을 바꿨다
  • 박승룡 논설위원
  • 승인 2016.10.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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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여파가 한국 경제시장을 바꿀 정도로 위력이 거세다. 한국사회의 정서적인 관행과 풍속자체가 바뀌면서 혼란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결혼식과 장례문화까지 변형되면서 이와 관련된 화훼업계 등까지 연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김영란 전대법관 의도와 달리 법이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졌다. 이러다 보니 시행 초기 잠재적 법 대상자 400만명은 사실상 복지부동하고 있다.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다.

괜한 오해 살 일을 하지 말자는 동조의식은 우리 사회를 일순간 정지시켰다. 공직사회와 기업들 역시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만 기다리고 있다. 김영란법 보완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엉뚱한 피해는 줄이도록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접대·모임·행사 등의 풍속이 예전과 달라졌고, ‘흥청망청 문화’와 공짜 심리도 자취를 감췄다. ‘투명사회 구현’이라는 법 취지에 맞는 이러한 효과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전국에 400만 명이 넘는 법적용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움츠리는 바람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법 시행 초기의 일시적인 진통이라고 하지만, 정작영세업자·농어민 등은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 공공기관 주변의 식당 커피숍 등은 손님이 확 줄었고, 장례식장의 화환과 축하 난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화훼농가와 꽃 가게는 된서리를 맞았다. 유흥업소·고급식당은 이러다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아우성이다. 대리운전·택시업계 등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선물 문화 위축으로 한우, 인삼, 과일(사과·배), 화훼, 임산물 등 도내 5개 부문의 생산 감소액이 11.5~15.2%에 달할 것으로 일부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만 만나는 ‘끼리끼리 문화’, ‘소집단 이기주의’의 확산이다.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이 친한 선후배·친구를 가려서 만나기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이렇다면 상대적으로 특정집단만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주 대상이 서민층에 집중된다면 곤란하다. 부정청탁과 부정부패로 이익을 얻은 계층은 법 시행 이후 다소 불편하면 그만이지만, 영세업자, 농어민은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정치권이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소비 진작, 손해 보전 등의 정책적인 배려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김영란법으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청렴해질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영란법이 뿌리내릴 수 있을지 여부는 여기에 달려 있다. 시골지역 일수록 전문적인 법 조항을 몰라 피해를 보는 군민들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와 법제처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김영란법의 세세한 항목들을 알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법은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다수의 국민들이 불편하다면 실정에 맞출 수 있는 개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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