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만드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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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만드는 공무원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11.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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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고3 수험생들의 수능은 끝이 났지만,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는 옥천군청 공무원들의 모습은 아직 시험을 앞둔 학생들처럼 분주하다.

25일 시작되는 ‘248회 옥천군의회 제2차 정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 해 동안 진행했던 사업추진 현황과 예산사용 내역들을 정리하려면 본인이 생각해도 골치 아픈 일이다.

각 실과장들은 행정사무감사의 질문세례를 대비하기 위한 막판 벼락치기가 한창이다.

때문에 요즘 취재를 위해 군청을 돌다보면 10분 내외인 질문도 부담스러워 자료 요청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바쁜 공무원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시간이 많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일을 만드는 공무원’도 있다.

행정사무감사 준비를 위한 옥천군의회 자료요청 내역까지 누출해 기자회견을 만들고, 의장실 항의방문을 만든 공무원.

간담회의 기본적인 규칙과 조례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조례로 만들어놓고, 일방적인 요청에 의한 간담회를 만들어 군 의회 의정활동까지 방해하는 공무원.

이 공무원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자료준비를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시간이 남아서 벌인 일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군 의회 정보요청 자료누출에 해당 공무원 색출과 징계논의까지 얘기가 나왔지만 집행부에서 총대를 멘 손자용 부군수의 공개사과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사과내용에는 ‘군 의회 정보요청이 비공개 자료는 아니다’라는 힘없는 해명을 했지만 정보요청 자료를 사회단체 회원들에게 돌려받은 의회 입장에선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젠 집행부가 의회를 상대로 자료유출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집행부는 이번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의원들에게 전달하면서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외부로 유출할 수 없으며, 감사 이후 자료를 회수하겠다’는 식의 문구까지 적어놓았다.

자료유출의 피해자인 군 의회 의원들에게 오히려 자료유출로 곤혹을 겪은 집행부가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회수한다니,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요즘 기자들의 웬만한 자료 요청에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조항을 읽어주면서 거절하기 일쑤인 공무원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하는 상황이다.

기자한테는 줄 수 없는 자료가 비공개 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사회단체에게는 요구도 하지 않은 의정활동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 같은 공무원의 행태는 함께 일하던 일반 공무원은 물론 군의회의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집행부 수장의 얼굴까지 먹칠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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