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희 옥천지역인권센터 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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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 옥천지역인권센터 복지국장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7.01.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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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무사히 전역 했습니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가 밝고 씩씩하여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곁에 있으면 와락 껴안았을 것이다. 우리 집 아들 중에 세 번째로너를 군대에 보내며 새벽마다 건강하고 무사히 군대생활을 하기를 기도하며 보냈단다. 군대에 가서 어려움을 당한 주변 사람들의 자녀를 보며 무사하단 말이 기적의 말임을 알았다.

지난 구월 말년 휴가 때 나와 서울에서 겨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전역 다음날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집에 내려올 수 없다고 말할 때 “그래 건강하게 열심히 일해” 라고 말하면서 가슴 한견이 쏴아 했단다.

너의 형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일자리를 찾는 것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구나. 네 말대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던 군대생활을 마치고 엄마에게 달려오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냐마는 현실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안 너는 그만큼 군대생활을 통해 성숙했다는 거겠지.

열아! 그날 밤 엄마는 잠이 안 와 뒤척이다가 네가 자라 온 날들을 생각했지. 네가 우리 집에 넷째 아들로 때어날 때 국가에서는 출산 억제 정책을 쓰느라 셋째 아이부터는 출산 때 의료보험 혜택도 주지 않았단다. 국가 정책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지. 마치 아이가 적은 집이 잘 살고 행복해지는 것처럼 홍보물을 만들어 매체들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빼앗아 갔단다.

그런 시절 네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자녀가 다섯인 우리 가정이 많은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됐지. 흥밋거리를 알아 호기심이 있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말투 속에서 표정에서 묘한 웃음 속에서 느낄 수 있었지. 쪽박을 찬 가난한 흥부네 아이들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언어능력이 좋았던 너는 엄마에게 많은 질문을 했지.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후 네가 집에 와서 내 무릎에 바짝 대고 앉아 말했지. “엄마! 우리 집은 왜 애들이 많아
요?” “우리 집 지붕이 가난해 보이지 않아요?”

어린 네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무슨 얘기들을 들었는지 짐작해 알 수 있었지. 형제들이 많아 마냥 행복하게 자랐던 네가 드디어 뒤에서 수군거리는 어른들의 말과 그 말을 듣고 전하는 친구들의 말을 통해 우리 집이 다른 집들과 다른 어떤 것을 어렴풋이 느껴가고있다는 걸 알았단다.

재미있던 건 가난이란 해답을 슬레이트지붕에서 찾았다는 게 웃음이 나왔지. 뜻하지 않은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는데 순간 하나님께서 엄마 마음에 지혜를 주시더라. 그래서 너에게 대답했지 “하나님이 저 하늘나라에서 이 땅에 너를 보내고 싶으셨어.

그래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어디에 보낼까 생각하는데 집집마다 모두들 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는 거야… 그러다가 하나님께서 우리 집을 보시고 너를 엄마 아빠에게 보내주셨단다… ”

어린 너는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동화 같은 엄마 얘기를 들으며 좋아했지. 다 듣고는 “아~~그랬구나~” 라고 웃으며 밖으로 뛰어나갔지. 그 날 너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저녁 무렵이나 돌아왔단다. 그리고 예전처럼 밝고 씩씩하게 자랐지.

나이 차이가 많은 형들을 자랑스러워했고 형제들이 많은 것을 남들과 다른 특별함으로 소개하곤 했지. 물론 부요하게 살지 못해 외식을 하지 못하고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신지 못했지만, 우리는 여름날 밤 적하리 강가 돌 짝밭에 누워 별을 보고, 겨울 눈이 쌓이면 푸대자루로 눈썰매를 만들어 타며 추억을 쌓았지.

그런데 네 나이 갓 스물을 넘겼는데 이제는 온 통 나라가 출산 장려 정책을 쓰느라 출산장려금까지 준단다. 출산 억제 정책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태어난 네가 이 나라를 지켰고 이제 모두들바라보는 희망이 되었단다.

사랑하는 아들아! 힘들지? 밤낮으로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학 준비를 하는 너를 보며 요즈음 청년들이 얼마나 애쓰며 살아가는지를 가슴으로 느낀단다. 우리 어른들의 짧은 안목으로 계획했던 정책이 너희 청년들을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러 원망할 수만은 없지 않니? 우리에겐 너희 젊은이들이 희망이다. 번뜩이는 너희 머리와 열정적인 너희의 심장이 이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 2017년 우리 교회 표어란다. 아들아! 네가 무슨 일을 하던 네가 있는 자리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기를 바란다.

청년의 때는 기름을 준비하고 심지를 가다듬는 때가 아니겠느냐? 다양한 책을 읽으며 머리를 채우고 많은 곳을 여행하며 가슴을 넓히거라. 가난한 나라이지만 그들의 행복지수가 왜 높은 지를 들여다보아라. 검소하고 겸손한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을 만나 보거라.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그려보아라. 그러면 네가 걸어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군대도 다녀왔으니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아 있다. 이 엄마의 새해 소원이 뭔지 아니? 네가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웃지 마라. 엄마는 너의 열열한 사랑을 열열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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