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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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닭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17.02.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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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닭, 수탉의 방언이다. 봄날 양지쪽서 암탉 예닐곱 마리를 거느리고 장닭이 노는 꼴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일부일처제하곤 상관이 없는 녀석은 아주 거만하게 암탉들을 데리고 호강을 한다. 이 장닭의 아름다운 벼슬과 털빛, 용맹은 그 늠름함과 어울려 암탉을 예닐곱 마리씩 거느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때론 암탉을 여남은 마리씩 사다놓고 병아리를 까려고 수탉 한 마리를 끼워 놓는데 주인 잘 만난 덕에 이 수탉이 호사를 누린다.

봄철 병아리가 나올 무렵 이 수탉의 용맹성은 알아주어야 한다.  닭이 노는 앞에서 장난삼아 닭들을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 암탉들은 다 도망을 가도 이 장닭은 사람에게 끝까지 대든다. 차는 사람 발을 향하여 깃털을 곧추 세우고는 사정없이 달려들며 쫀다. 발등이 나오는 신발을 신으면 상처가 날 정도로 닭 발톱과 부리로 쪼임을 당한다.

장닭은 사람 발에 차이면서도 끝까지 달려든다.  이 장닭은 암탉을 끌고 다니며 제 목숨의 위험도 감수하며 보호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먹을 건 꼭 암탉들에게 양보를 하며 먹이를 찾아주기도 한다.  두 발로 힘껏 흙을 깔아 헤집고는 꼭꼭꼭 하며 암탉들을 부른다. 그러면 우~하고 암탉들이 달려든다.  거기에 정말로 먹을 것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속아주는 건지 장닭이 흙을 헤집어 놓고 부르면 암탉들은 쏜살같이 달려든다.

남자들은 정력에 좋다고 한동안 물개의 특정부분을 비싼 값에 구해서 먹었다. 물개가 정력이 세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내들은 정력에 좋다면 못 먹는 게 없다. 지렁이까지 먹었던 그 먹성에 같은 남성인 나도 구역질이 난다.  실제 물개는 한마리의 수컷이 엄청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고 한다.  난 이 장닭이 물개 못지않은 정력을 지녔다고 본다. 

그 여러마리의 암탉을 거느리고 다니며 쉬지 않고 짝짓기를 한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없다. 아름다운 풍채에 용맹성까지 갖춘 녀석은 정력까지 타고났다. 예전엔 이렇게 여남은 마리씩 기르는 닭을 방사를 하고 꼭 거기에 장닭을 한마리씩 끼워 넣었다. 여기서 낳은 달걀은 지금 생각하면 최고의 가치를 지닌 귀한 것이었다.  항생제 먹이는 얘기는 듣지도 못할 때이고 방사를 하니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았다.  지렁이나 다른 벌레, 풀등을 먹으며 알을 낳으니 지금 보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유정란이었다.

이 장닭이 옛날 시계가 없던 시절엔 시계역할을 했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니 아버지가 새벽에 닭울음소리를 들으며 시간 대중을 하는 대화를 자주 들었다. 멀리서 꼬끼오! 하는 장닭 울음소리가 나 면 “첫닭 울음인가요?” 하며 어머니가 물었다. “아녀, 두 번째 울음여!” 하시며 아버지가 대답을 한다. 특히 새벽 장을 가는 날 이렇게 닭 울음소리로 시간 대중을 하고 아침밥을 지어 드시곤 먼 장 길에나섰다. 30여리가 넘는 장을 가려면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수선을 피워야 했다.

그때 이 장닭이 중요한 시계역할을 한 것이다. 올해는 정유년 닭의 해다. 12지 중에 열 번째다. 닭은 땅을 깔아 헤집기 때문에 집안이 항상 지저분했다. 가는 곳마다 똥을 싸놓아 더럽고 마당엔 우케(찧기 위하여 말리는 벼)를 널어놓기가 힘들었다. 그냥 먹기만 해도 얄미운데 파 헤집으니 온 마당이 곡식 투성이가 됐다.  이 닭 때문에 이웃과 갈등도 잦았다. 닭이 주인집과 남의 집을 구분할 리가 없다.  집을 비워놓고 다들 일하러 가면 닭들이 이웃집까지 가서 온통 주변을 초토화시켜놓는다.

남새밭이나 텃밭은 이놈들 땜에 푸성귀나 자라는 곡식이 많은 피해를 보았다. 그래서 닭 좀 가두어 놓으라고 이웃과 다툼도 일어난다. 부모님들이 깔끔하시기도 했지만 터 땅을 부친 우리 집은 그래서 절대 닭을 기르지 않았다. 닭은 매일 알을 하나씩 낳는 다산의 상징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 낳는 일이 애국하는 것이 되는 현실에서 지금의 닭의 해는 아주 큰 의미를 지녔다.  옛날 동토의 만주벌판에서 독립군처럼 목숨 걸고 싸우지 않더라도 아이만 낳으면 애
국이 된다. 시대가 바뀌어 애국하는 길도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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