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흔들리지 않는 학부모
상태바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는 학부모
  • 정우용
    한국독서문화 교육원
  • 승인 2017.03.02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엔 초등학생들도 학교 수업을 마친 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보통 3시간에서 많게는 5시간까지 된다고 한다. 학부모는 학원에 가면 공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학원에서는 강의를 듣는 것이지 자기가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줄인다면 그만큼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교 수업에도 열중할 수 있다.
또한 책 읽을 시간도 생긴다. 학원에 가서 한 시간 강의를 듣는 것보다 스스로 20분 간 책을 읽는 것이 장기적으로 본다면 더 좋은 일이다. 자기 스스로 꼼꼼하게 열 문제를 푸는 것과, 학원에서 선생님이 스무 문제 푸는 것을 구경하고 오는 것과 어느 편이 효과적인 학습일까?
학원 수업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교과서이다. 교과서가 최고의 선생님이다.
교과서는 개념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여 만든다. 교과서보다 더 좋은 교재가 없는데도 중하위권 학생일수록 교과서보다 학원 교재나 문제집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학원에서 미리 배우는 선행 학습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마치 아는 것으로 착각하여 정작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아이는 대부분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이유도 마치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많은 것을 가르치기 보다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습관을 길러 줘야 장기적으로 학습효과를 볼 수 있다. 학원에서 하는 선행학습은 아이가 직접 문제를 풀지 않고 선생님이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아이의 머릿속에는 남는 것이 없다. 원리와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도만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심화학습으로 들어가면 아이는 당황하게 된다. 아이의 집중력에도 한계가 있다. 이미 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다 소모했는데, 휴식도 없이 학원에 가서 과연 공부가 잘 될까. 어른으로 말하면 시간외 근무이고 특근이다. 아이에게는 몹시 피곤한 일이다. 학교수업을 마친 후에는 집에서 적어도 1시간 이상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공부는 기술이 아니다. 학원에서는 핵심을 정리해 주고, 문제집 위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문제 유형별로 정답이 암기된다. 그럴 경우 갑자기 낯선 문제가 나오면 당황하게 된다.
자기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학원에서 진도 위주로 공부하여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논술학원에 보내면 그 아이의 글은 자기주장은 없고 남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수학의 경우는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한 것 같은데 정작 직접 풀려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다. 자기주도 학습법을 훈련시킨다고 한다.
공부를 기술로 생각한 착각의 결과이다. 일시적으로 잠깐 동안은 효과를 보일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답은 아니다. 아이가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스스로 공부하는 힘도 생긴다.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일까? 엄마들은 숙제가 많아야 좋은 것처럼 생각한다. 하교에서 공부한 것도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또 학교 숙제도 있는데, 학원에서 내준 숙제까지 해야 하니 아이들에게는 지옥이다.
학원에서는 숙제가 많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을 알고 숙제를 많이 내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조건 숙제를 많이 내는 학원 선생님이 좋을까, 아이들이 되도록 많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선생님이 좋을까?
아이에 대해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을 할 때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이야기만 하거나, 아이의 성적 부진에 대해 부모한테 책임을 떠넘기거나, 아이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선생님도 있다. 그런 선생님들이 내 아이의 꿈이 무엇인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쉴 땐 쉬게 하고, 아이들이 다음 수업 시간을 기대하게 해야 좋은 선생님이다.
내 아이에게 학원이 꼭 필요한지. 다른 집 아이들은 다 가는데 내 아이만 안 가면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은 아닌지. 독서습관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 독서능력이 바로 학습능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