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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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구절
  • 정지용 시인
  • 승인 2017.03.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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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 추천 시

 

옛이야기 구절

정지용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길에서 불렀노라.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펐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팠노라.

 

나가서 얻어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기름불은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에 눈물이 고이신 대로 듣고

이치대던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우ㅅ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큰 독 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큰 독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그러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잇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이집 문고리나, 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 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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