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추천 시
옛이야기 구절
정지용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길에서 불렀노라.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펐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팠노라.
나가서 얻어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기름불은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에 눈물이 고이신 대로 듣고
이치대던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우ㅅ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큰 독 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큰 독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그러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잇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이집 문고리나, 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 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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