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K &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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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룡논설주간
  • 승인 2017.05.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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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1902∼1950).

옥천군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한국 현대시의 거장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옥천군과 문화원은 ‘지용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30년째인 이번 축제는 지난 축제와는 차별화를 두기위해 전국적으로 홍보를 실시, 서울에서 ‘29회 정지용문학상’을 시상했다.

정지용 시인이 해금(解禁)되던 1988년, 첫 행사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었기 때문에 30주년 기념을 위해 다시 찾은 것이다.

옥천의 시인인 정지용을 홍보하고 그 문학성을 전국으로 알린다는 취지였다.

취지는 단순한 취지에 불과했다. 중앙방송과 신문사의 홍보는 좋았지만 단순한 행사 내용과 일정만 보도될 뿐 문학성을 알릴 수 있는 성격의 내용은 없었다.

문학적인 연구결과 발표나 학술적인 내용을 근거할 만한 사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詩끌벅적 감동 30년, 서울 나들이’ 홍보사업은 흔히 말하는 ‘돈 쓰고, 폼만 잡는 행사’로 비난이 쇄도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서울 나들이 사업 예산 절반은 대관료가 포함된 밥값, 스테이크가 예산 절반을 갉아먹고 특별한 손님들만 초대받아 비공개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총 예산 3000만원 중 대관료가 포함된 밥값이 1204만원(280인분). 이것도 초대받은 분들만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전국홍보와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지만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밥값 때문에 관람객을 초대할 수 없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행사 진행과정을 꼭 스테이크와 함께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을 찾아간 주된 의미는 잊고 선택받은 분들의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 되어버린 ‘서울 나들이’는 씁쓸할 뿐이다.

기름이 잔득한 스테이크와 문학보다, 매운 고추장이 어우러진 비빔밥과 문학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격식은 때때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 격식 때문에 본 행사의 본 취지를 잊어선 안될 것이다.

정지용 시인은 선택받은 분들의 시인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고 향수를 생각하는 모든 문학인들의 문화다.

아쉬움이 큰 것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지용제는 정지용의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문학인들이 참여 할 수 있고, 그 정신을 이어받은 시인들의 작품을 모든이가 감상 할 수 있도록 공개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논리로 문학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밥값 때문에 초대를 못하는 사태는 없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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