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걱정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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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걱정하는 사회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5.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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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책상에 오래 붙어있는 것이 공부의 정석이라 여겨지는 시대였으니, 이런말이 나오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공부’라는 정의 자체에 대해 관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요즘 교육과정을 보면 세대차이가 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초등학교 지필평가가 폐지되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수행평가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학생들의 높은 자살율, 행복지수 최하위, 사교육비 부담 등 수많은 교육문제에 직면한 한국 교육관계자들이 드디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라 생각한다.

평가 방식의 변화로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거의 매 시간 수행평가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업무부담이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고충이 증가할법도 한데, 본인이 인터뷰했던 다수의 교사들은 이러한 평가방식 변화를 ‘행복한 고민’으로 표현했다.

수업시간이 시험시간이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업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해오는 과제가 아니라 수업 중에 직접해야하므로 교과내용 이해도도 높아져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정책이라며 적극 찬성했다.

학생들도 본인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꿈을 찾아나설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감소하니 학교가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이상황을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딱 한사람, 바로 ‘엄마’들이다.

초등학교 시험 폐지만 하더라도 ‘초등학생이니까’라는 위안을 삼고 교과과정에 따라가는 듯 했으나, 중학교 지필평가까지 감소추세가 확대되자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교사 인터뷰와 함께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대부분 ‘시험이 없어지니 아이가 공부를 안한다, 공부습관을 들이지 못할까 우려된다,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걱정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엄마들의 고민에 인터뷰 했던 한 교사의 표현을 빌려서 ‘창의력을 두려워 하는 사회 분위기’라는 표현에 적극 동감한다. 창의력이 증가가 학력감소를 초래하는 것처럼 학부모들은 창의력 수업이라는 말에 거부감부터 느낀다. 심각한 교육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막상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려하니 엄마들이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문밖에 있다고 아이들에게 배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교실 밖으로 나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체험하는 모습이 모두 ‘공부’가 되는 시대로 변화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움츠러들지 말고 가벼운 발걸음을 가진 아이들이 인정받는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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