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속에 익어 간 중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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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속에 익어 간 중국생활
  • 손채화 前중국 산동교통대학교 한국어전임강사
  • 승인 2017.08.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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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채화

前옥천군 기획감사실장

前중국 산동교통대학교 한국어전임강사

중국 산동성 제남시에 소재한 산동교통대학교에서 대학생들에게 1년간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귀국한 지 1개월이 되었다. 그간 올 여름은 유난히 폭염과 열대야로 무더워 힘들었고, 요즘은 연일 비가 오락가락 이어지고 있어 마음이 우울하다.
 그곳 대학교는 학생 수 17,000명에 교직원 1,5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교는 제도적으로 학기가 시작되는 9월 1일에 입학을 하면 남·여 학생 구분 없이 1개월간 군사훈련을 마치고 학업에 임한다. 정신적으로 훈련된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로 협동심을 배양하면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한다.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로 식사시간이 되면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거대한 구내식당이 아수라장이 된다. 구내식당의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식사를 일찍 마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잠을 잔다(오침:午寢). 교직원들은 주로 사무실, 휴게실을 이용하고,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며 오후 일과는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를 잊게 하는 효과가 있어 업무성과를 높여준다 하여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의 부지가 워낙 넓다 보니까 교내에서 이동할 때에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교내 2,000여 대의 자전거가 비치되어 있어 필요시에는 수시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거치대에 보관하고 있는 노란색 자전거는 공유제도로 운영되며 휴대폰에 앱을 다운 받아서 조작해야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시내에서는 1회에 1위안 정도면 빌려 탈 수 있다.
 그리고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명절과 경축행사뿐만 아니라 결혼식, 개업식 심지어는 대학진학이나 승진 등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어디에서나 습관적으로 폭죽을 터트리는 장면이 연출되어 이른 아침 단잠을 깨우기도 한다.
 중국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신입생 군사훈련이나,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욕설과 폭행하는 등 교권이 무너져서 되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의 교육제도에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업무능률을 높이고자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낮잠을 자는 제도나, ‘함께 행복을 공유(共享)한다.’ 는 슬로건으로 자전거 공유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중국의 한 단면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는 대기오염 방지대책으로 임야나 공한지에 나무를 심어 푸른 숲 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폭죽은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지만 환경오염과 인명피해라는 부작용이 따른다. 폭죽놀이는 여전히 중국 사람들의 손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사 문화가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처럼 폭죽놀이가 일상생활에 비능률을 초래하고 소음공해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면 중국국민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중국에 체재하는 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재외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주중 영사관에서 보내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받았다. 그래서 저녁 이후에는 외출을 자제하기도 하였다. 중국은 자국 정책에 반대하는 나라에 대하여 항상 경제적 보복을 가해왔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는 형태는 앞으로 지속 될 것으로 보이며 정말 유치하고 대국(大國)답지 못한 행동이다. 그렇다고 갑질을 일삼는 중국을 향해 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옛말에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는 격언이 있다. 하나의 계란이 깨지면 다른 계란들도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계란을 하나의 바구니(중국)가 아닌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아메리카 등 여러 개의 바구니에 나누어서 담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리고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하나의 씨앗을 지니고 나온다. 그 씨앗을 움트게 하고 꽃 피우는 것이 삶의 의미이고 보람일 것이다. 세월이란 여과장치를 통해 의미를 채우고 부드러움을 마음속에 묻어둘 줄 아는 삶의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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