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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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 동탄 이흥주 시인
  • 승인 2017.11.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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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시인

나이 들며 아이가 되어간다는 건
축복이다
기억력이 자꾸 쇠퇴하고 있다는 건
축복과 가까워지려는 증거이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라 하늘이 준 은혜
세상의 인연과 단절하고
한평생 만들어 놓은 멍에를 벗어던지려는,
내가 가진 것 다 내려놓으려는 과정이다
살아오면서 만든 관계의 끈을 놓으라는
자연의 섭리
평생 지고 온 영욕에서 홀가분하게 풀려나는
해빙은 얼마나 좋은가
숨 헐떡이며 쫓아오던 길 멈추고
다리 쭉 뻗으니 좋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죽음에 대한 공포
올가미 벗어내고
편안하게 편안한 곳으로 가는 통로
망각의 무덤에 세상을 묻어놓고
암흑에서 노니 행복하다
태어날 때 세상이 반기던 몸
재활용도 안 되는 수거물이 되고
나서야 조용해진다

◇약력
·『2015지필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옥천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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