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법대·의대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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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법대·의대만이 능사인가
  • 최성웅 충북일보 전 논설위원
  • 승인 2017.11.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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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웅 충북일보 전 논설위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포항지진으로 1주일 연기 후 끝났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수능시험과 더불어 ‘비상체재’에서 벗어났다고 기대했을 것이다.
새벽밥을 짓지 않아도 되고 자정 넘어 귀가하는 자녀를 애처롭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가체점이 끝나고 입시 전문기관에 의한 예상점수가 보도되면서 마음은 오히려 한층 더 심란해진 것이 사실이다.
어느 학교에 진학할 것인가, 전공은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집안 체면도 있는데 학과야 어떻든 대학교에는 가야 할 것 아닌가, 일단 아무 데나 합격할 수 있는 곳에 간 후 편입을 시킬까….


아버지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어머니가 계원들이나 학부모들과 상의를 해봐도 늘 뾰족한 수는 못 찾는다.
대학입시가 온 집안의 관심사가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으나, 다만 지금의 40대 중반까지는 적어도 혼자서 시험을 준비하고 진학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식들의 진로선택에 부모가 과도하게 영향을 주는 것은 여러 가지로 좋지 않다.
만일의 경우 자녀의 적성보다는 졸업 후의 직업을 염두에 둔 경제 논리에 입각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경제 논리라는 것도 10년 후 또는 20년 후의 변화될 사회상에 대한 예견 없이 대부분 현재에 입각한 판단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고급두뇌’들을 모조리 법대나 의대 혹은 한의대로 끌고 가는 현상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문과 학생들은 모두 판사, 검사, 변호사를 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보나 마나 범죄와 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법 없이 사는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법대로 해’라는 외침인가.
마찬가지로 공부 잘하는 이과 학생들은 왜 모두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는 온갖 사회악으로 유발되는 질병이 많아질 것이니 준비를 하자는 것인가.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의사는 돈을 잘 벌 것이니 부모가 호강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라 전염병과 기아가 만연한 아프리카 같은 데에 가서 명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권고인가.


몇 해 전 가을 일본의 한 평범한 회사원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20여 년간 한길을 걷던 43세의 다나까고이치는 15년 전 발표한 한 편의 논문으로 일약 세계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까지 차지하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학의 무한한 지평을 향한 개인의 집념에 국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합쳐진 눈부신 결과인 것이다.
월드컵 4강 아시안게임 2위도 중대하지만, 이웃 나라의 명예로운 수상 소식을 들으며 품격이 다른 성공을 부러워하며 함께 기뻐할 수만은 없는 안타까움은 대한민국의 교육자에게 차라리 비애였다.


매년 지속되는 법대와 의대로 향한 휘모리를 보면서 개탄한다.
언제 우리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 분야들이 인기 학과가 될까.
과연 기초과학 없이 정보공학이나 바이오산업이 가능할까.
자식들의 삶은 부모에 의해 조작될 수 없다. 부모는 그저 나름대로 디딤돌일 뿐이다.
수험생 부모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예전에 우리들의 부모가 우리를 믿었듯이 우리도 자식들에게 다양한 삶을 선택하게 하고 세계를 향한 지표로 적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3만 달러 시대 세계 13위권에 진입하고 있으며 특히 ‘고급두뇌’의 전공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장학제도 및 다양한 정보를 입수함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사회적 학술 지원책이 마련돼 있음도 참고할 사항이다.
베토벤의 위대한 예술은 그의 고통과 슬픔의 산물이다.
그가 만일 행복하게 살았더라면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많은 교향곡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판에서 거센 바람을 맞고 성장한 꽃이 생명력과 향기가 온실 꽃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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