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호>김영미시인의 정지용시 다시 읽기
상태바
<제5호>김영미시인의 정지용시 다시 읽기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3.06 2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향수, 고향 황톳빛 짙은 농촌의 정감을 안겨주는 주옥같은 시로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본란은 현대어로 풀어 놓은 시와 해설을 겸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매주 게재되는 ‘다시 읽는 정지용 시’를 어느 덧 시인의 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를 느끼게 된다. <편집자>

김영미 시인

하늘 위에 사는 사람
머리에다 띠를 띠고,

이땅 위에 사는 사람
허리에다 띠를 띠고,

땅속 나라 사는 사람
발목에다 띠를 띠네.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단조로운 구성을 보이고 있지만 각 연이 다르게 변주된다. 띠를 두르는 인간 관행에 빗대어 ‘하늘 위 -땅 위 - 땅 속’으로 하강적 제시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하늘 위에 사는 사람이 말 그대로 천상계의 인물이라면, 같은 하늘 아래에서 땅 위와 아래로 구분되어 사는 현실이 그려진다.

‘띠’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리에 두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보낼 때 하는 의식 행위의 하나로 머리에 띠를 두른다거나, 발목에 띠를 띤다고 묘사한 것에서 어떤 상징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지용의 동시는 구전되는 민요와 원형적인 삶을 보여주는 개인적 정서를 담지하고 있다. 동시에서 유년의 기억은 일상적 삶을 표상하는 이미지이다. 그 대상은 존재론적 욕구를 드러내 보이는 요소들이자 시인의 내적인식의 표출이다.

동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반복인데, 이 시 역시 반복되는 세 개의 연으로 한 편의 시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하늘 - 머리, 땅위 - 허리, 땅속 - 발목’ 이라는 수직적, 수평적 관계를 부여함에 의해서 사람과 띠의 유사성이라는 시적 진실을 주제로 제시하고있다. 이와 같이 의미 없는 세 개의 진술이 반복구성의 방식으로 묶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