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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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松)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01.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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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자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와 더불어 태어나 소나무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소나무는 그만큼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우리 선조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이나 사립문에 검은 숯덩이, 빨간 고추와 함께 솔가지를 끼운 새끼줄에 금줄을 걸어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부정을 탄다는 이유로 그랬겠지만 사실은 외부인으로부터 세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였다고 사료된다.
재밌는 점은 남아가 태어나면 고추를 촘촘히 꽂아 놓고 산모는 며칠 후 잔뜩 부풀어진 가슴에 더욱 힘을 주며 나타나 주위의 축하를 받곤 했지만 여아가 태어나면 산모는 머리를 숙인 채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곤 했다. 남존여비 사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득한 옛날 일이다.
예전에는 ‘오십천명(五十天命)’이라 하여 50만 넘어도 많이 살았다고 소나무로 자기관을 만들어 굴뚝 벽에 매달아 놓는 풍습도 있었다. 이 또한 옛날 일이다.
그러나 방법이나 인식은 달라졌어도 소나무는 여전히 우리 민족수로서 십장생(十長生)은 물론 애국가 속에도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국보 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속에서도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사대부의 무병장수와 지조 절개를 드러내고 있다.
뿐이랴. 이승만 대통령 이래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선호하는 나무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모두가 소나무를 으뜸으로 꼽았다.
또한 소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군락을 이루어 숲이 된 것보다는 띄엄띄엄 홀로 서 있는 것이 기개 있고 위풍당당하게 보인다. 그러므로 옛 선인들은 소나무가 서 있으면서 조용하고 맑은 기분으로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송풍이라 이름 짓고 송풍각(松風閣)이나 송풍루(松風樓)를 지어 풍류를 즐겼다.


소나무 장작과 솔잎은 민생의 취사와 난방을 도맡아 했고, 배고픔에 시달린 민초들에게 송홧가루를 제공했으며, 속껍질은 먹기도 하여 구황목(救荒木) 역할까지 했다. 또 옛날엔 송진이 굳어진 광솔로 어둠을 밝혀주기도 했으며, 요즘은 펄프로 인쇄업을 번창케 하였다.
중추절에는 솔잎을 따서 송편을 빗곤 했는데, 이것은 솔잎이 방부 작용을 함을 인지한 것이고, 솔잎 특유의 향을 즐기기 위한 선조들의 삶에서 터득한 지혜였다.
추석 전후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송이버섯은 주황산, 덕유산, 태백산, 설악산 주위의 농민들에게는 영농자금과 자녀들 학비를 제공하는 일등호답 노릇까지 하고 있다.
요컨대, 소나무는 성목이 되면 기둥은 물론 석가래로 우리와 함께 호흡하면서 희노애락을 공유하는 유일한 목재이다.
종류도 많아 홍송, 백송, 적송, 해송, 니까다송이 있으며 특히 봉화 금강목은 춘양역에서 싣는다고 하여 춘양목이라 하며 사찰과 고궁에 쓰이는 수형이 굳은 고목(高木)으로 명목 중 명목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광화문과 숭례문(남대문) 복원도 이 춘양목이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급작스런 산업화와 경제정책 집중으로 소나무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국산재 충당은 10% 미만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미국이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에서 외국산 소나무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낙농업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범 임업 강국으로, 오타고항과 넬슨항에 가면 세계 각지로 수출할 소나무를 산더미처럼 쌓아 두어 그 어마어마한 물량에 갈 때마다 기가 죽곤 했던 기억이 있다.


잠시 얘기가 빗나갔지만 우리 소나무로 다시 돌아오자. 전술한 것처럼 우리 민족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소나무가 이제 이별을 고하고 있다.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우는 소나무 재선충이 대만의 소나무를 전멸시키면서 무서운 속도로 북상하여 이미 일본열도를 유린했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에 동래 범어사 지방에 상륙하여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점령한 후 중부지방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계에서는 향후 백년이면 재선충과 온난화로 인하여 소나무는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리라 예측하고 있다. 참으로 우려되니 애국가를 다시 불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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