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말] “그냥 아무데고, 밖으로 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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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말] “그냥 아무데고, 밖으로 나갔으면…”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2.08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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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마음에 열린 세상이 그리운 ‘별뜰’ 사람들
사회복귀시설 ‘별뜰’ 전경.

별빛이 쏟아지는 뜰 아래 작은 공간에 모여 잊었던 꿈을 이야기하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복귀시설 ‘별뜰’ 회원들이다.

정신요양시설 영생원의 부대시설이기도 한 별뜰은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둔 이들이 마지막 재활치료를 받는 곳이다. 여타의 정신요양시설 원생들에 비해 외형상으론 덜 불편한 듯 보이지만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

북극발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일 별뜰에 거주하고 있는 1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이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에요?”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 “집에 가고 싶어요”
“그건 여기 복지사 선생님들 말씀 잘 듣고 밥도 많이 먹고 건강해지면 저절로 이뤄질 거에요”
“······”
아니다.
24시간 별뜰에서 함께 기거하고 있는 이들에겐 종종 면회를 오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데려다 놓기만 하고 아예 연락을 끊는 가족도 있다. 심지어 본가에 다녀올 수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가족들이 거부하기 때문. 이유는 다양하다. 집안에 환자가 있는 걸 숨기고 싶거나, 새 식구(며느리나 사위 등)를 들였다거나, 돌볼 여유가 없다는 등등.
별뜰에 기거하며 아르바이트로 벌은 2000만원을 오빠에게 줬으니 오빠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회원도 있다. 그러나 그 오빠는 전혀 데리러 올 생각이 없다.

“집에 가고 싶은 것 말고, 그 다음은요?”
“여행 가고 싶어요.”
“어디?”
“제주도요. 강원도요.”
“왜요?”
“거기 바닷가에 가서 회도 먹고 싶고 야채도 먹고 싶고 커피도 마실 거에요. 땅끝마을. 속리산. 화양동. 부산도요.”
“부산 가면 뭐하고 싶어요?”
“돼지고기 먹고 싶어요.(모두 까르르)”
“돼지고기는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있잖아요. 왜 하필 부산 가서?”
“그냥, 부산 가서 먹어야 맛있을 것 같아요.(또 웃음)”
“그냥 아무 데고 상관없으니까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답답해요”
누군가의 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신보건 전문상담사로 별뜰 회원들을 보살피고 있는 연현진 사무국장은 “종종 읍내에 나가 외식도 하고 놀이시설도 다녀오지만 이들은 시설에서 단체로 나가는 것은 나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닫힌 마음과 ‘버려졌다’는 무의식적 괴리감이 이들에게 밖(자유)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이들을 위해 별뜰 최병철(49·영생원장 겸) 원장이 옥천향수신문이 연중 운영하고 있는 ‘내.소.말’ 문을 두드렸다. 최 원장은 “보조금이나 가끔의 후원비로는 시설 운영도 빠듯해 회원 복지를 위한 여타의 프로그램 운영이 어렵다”며 “우리 별뜰 식구들의 여행 소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천향수신문은 별뜰 식구들의 여행 소망을 지원해줄 아름다운 후원자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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