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가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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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가 맞습니까.
  • 도복희취재기자
  • 승인 2018.03.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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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희취재기자

지난 10일 옥천 관성회관 주변은 주차된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상인 보좌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차량이었다. 식전행사는 화려했다. 책을 매단 드론이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화려한 마술쇼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정치인들이 참석해 저자 전상인을 밀어주는 축사가 계속해 이어졌다. 문인들의 소박하고 담백한 출판기념회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북 콘서트 자리였다. 이걸 출판기념회라고 해야 할지 의문가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늬만  출판기념회고 실제는 선거유세가 분명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덕흠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전상인 보좌관 즉 ‘호떡집 아들에서 국회 수석보좌관까지’의 저자를 젊음과 패기를 가지고 옥천을 변화시킬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자유한국당 김태흠 국회의원은 “군수나 시장은 살림을 잘하는 어머니 역할을 잘해야 하는데 가장 박덕흠 의원이 보장하는 전상인 보좌관은 어머니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할 거라고 처음부터 확실히 도와줘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우면 얘기하라고 하는데 원래 어렵다. 알아서 후원을 해주라”며 “십시일반으로 함께 도와준다면 옥천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고 그 뜻을 군민들에게 쓸 것이다. 화끈하게 도와 달라”고 대놓고 말했다. 책을 쓴 저자를 향한 축사의 자리였다.

출판기념회란 저자(著者)의 땀과 재능, 사상과 철학, 인생과 혼을 담은 작품집의 출간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다. 애초에는 작가나 시인들의 작품에 출간에 대한 축하와 함께 문화적 토론을 위한 순수한 자리다.

최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변질된 출판기념회가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까지의 규정만 지키면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정치 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기회다. 출판 기념회를 통해 확실하게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자들을 모아 세를 과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행사장에는 후보들의 지지자들이나 후보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몰려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봉투를 들고 참석한다. 책을 팔고 받은 돈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순전히 개인 돈으로 모금 한도도 없으며, 회계보고 의무도 없다.

출판기념회가 선거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많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봉투에 현금을 넣어 책을 사 가기 때문에 얼마를 거뒀는지 알 길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거론됐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지난 2014년 출판기념회를 정치자금법으로 규제하는 혁신안을 내놓긴 했지만 법 개정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투명한 정치적 행보를 누구보다 군민들이 원하는 시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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