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 행복하고 마주볼 수 있어 웃음꽃 피는 다자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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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 행복하고 마주볼 수 있어 웃음꽃 피는 다자녀 가족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3.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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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결혼은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딸 하나 얻는 것”

5남매와 알콩달콩… 옥천읍 이진희-주종순 부부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이진희·주종순 부부(가운데)와 5남매.

“자식의 결혼은 품었던 문을 열어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자녀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3남2녀 중 장남을 결혼시킨 이진희(59·옥천군청 안전총괄과장)씨는 사돈에게도 “딸을 떠나보냈다 생각지 마시고 아들 하나를 더 얻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며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 하는 이유는 결혼이 가족과 가족의 만남으로 또다른 대가족의 탄생을 축복하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5남매를 키운 다자녀 가족의 가장다운 말이다.

이씨는 폐백실에서 던진 밤·대추가 아들 넷, 딸 셋을 예견했다며 아들 부부가 안겨줄 일곱 손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는 눈치다.
하지만 이씨 부부가 처음부터 다자녀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인 주종순(57·대한노인회옥천군지회 경로부장)씨는 농협에 근무하던 1984년 이씨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지만 처음 3~4년은 몇 번씩 자연유산을 해 ‘아이를 갖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남편을 길러준 조부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대를 잇지 못하는 죄’로 집을 나가야 하나 생각할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단다.

그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부는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다 낳아 기르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5남매는 부부의 품으로 들어와 삶의 희망이 되고 웃음이 돼줬다. 힘들고 지쳤을 때 포기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 아이들 때문이었다.

부인 주씨는 아이들 양육을 위해 10여 년간 휴직했다. 그동안 아이들이 아프거나 다쳐도 근무 중인 남편에게 부담될까 봐 연락도 못한 채 혼자 업고 뛴 것이 수십 차례다. 그래도 웃을 수 있었던 건 회복된 아이들의 ‘해맑은 응석’ 때문이었다. 다시 직장인이 되어 자신의 영역에서 제몫을 다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아이들의 절대적인 응원 덕분이었다.

1979년 안내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남편 이씨는 40년만인 내년 퇴직을 하게 된다. 공무에도 바쁜 그가 ‘한자녀 더 갖기운동 본부’ 활동을 해가며 “우리나라 인구가 1억은 돼야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민족 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던 세월 덕분이다. 직장 다니느라 가정을 많이 돌보지 못했다며 ‘아빠로선 70점, 남편으로선 낙제점수’라면서도 장성한 딸들이 아빠를 더 잘 따른다며 함박웃음을 웃는 ‘딸바보’ 이씨. 그는 “건강하지, 시간 많지, 퇴직 후에도 70세까지는 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를 향해 현실적인 제안도 잊지 않았다. 이씨는 “힘든 건 잠깐이고 행복한 건 영원하다”며 “젊은 세대들이 행복을 느끼며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학자금 혜택 등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대폭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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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정신없어도 돌아서면 금방 보고 싶지요”

3살부터 12살까지…네 아이 키우는 정구훈-한주희 부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 온갖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진다는 정구훈·한주희 부부 가족.

안남면 화학리의 농사짓는 부모님에게서 1남 6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1남 6녀의 막내’라는 말만 하면 사람들은 “아들 보려고 딸을 여섯이나 낳으셨나 보네”, “여섯째만에 아들 보셨으니 큰일 하셨네” 등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그런 말을 들은 적은 한번도 없다.

어찌됐든 누나들의 든든한 보호 아래 시끌벅적, 아옹다옹 살아온 세월이 몸에 배서인지 혼자 있는 게 거북하고 쓸쓸한 분위기 또한 견디기 힘들다. 마흔 줄에 들어선 지금도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등을 비롯, 1년이면 대여섯 번 7남매가 부모님 곁으로 모인다. 조카들까지 합치면 무려 32명이다. 가장 정신없으면서도 신바람 나는 날이다.
이 ‘시끌벅적 사람 냄새’가 좋아 결혼 13년 차에 네 아이를 뒀다. 세 살, 다섯 살, 열 살, 열두 살.
바로 정구훈(40)·한주희(40) 동갑내기 부부의 아이들이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벌써 네 아이. 불편한 게 많을 법도 하다. 어쩌다 외출을 할라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챙길 것도 많다. 외식을 한번 해도 아이들 먼저 챙기느라 부부는 늘 식은 국 차지다. 그러나 자신들을 아이들의 뒷전이라고 불평해본 적이 없다. 정씨는 “맛있다며 까르르 웃어대는 애들 얼굴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던 부모님 말씀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정씨의 선한 미소와 맑은 눈동자에는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정씨는 정작 힘든 건 그게 아니라고 했다. 한 아이가 아프면 모두 따라 아프단다. 온 가족이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있었단다. 그는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애들 아픈 것만은 참아내기가 어렵다. 아이들로 인해 집사람까지 앓게 되니까 그게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워낙 말이 없고 ‘천상여자’인 한씨는 “아이들 아픈 것만 빼면 그다지 힘든 일은 없다”며 남편을 거든다.

부부는 아이가 많아 아파트에 살지 못하고 단독주택을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고 했다.
부부가 똑같이 2005년 옥천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남들 몰래’ 사내연애를 하다 2006년 결혼했다. 환경직 14년차인 정씨와 달리 보건직인 부인 한씨는 2년째 (육아) 휴직 중이고 올 8월에 복직한다. 한씨는 현재 월급이 없으니 당연히 생활이 빠듯할 것 같은데 부부는 “집 문제도 그렇고 생활비 문제도 그렇고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린 아직 젊고 얼마든지 일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젊다는’ 말꼬투리를 잡아 아이도 더 낳을 것이냐고 묻자 정씨는 “절대!!”라고 단호히 말하곤 호탕하게 웃었다.
젊은 부부가 네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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