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원9곡, 내 마음에 휴(休)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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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원9곡, 내 마음에 휴(休)를 담다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6.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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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곡 금천계곡, 서대산과 장령산 발원 물줄기 합수
2곡 장현봉, 기암괴석·용암사 절경, 피톤치드 최대

600년 역사를 간직한 채 오늘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옥천. 그 속엔 수많은 우여곡절의 이야기들이 있다. 옥천 천혜의 자연경관을 중국 송나라 무이구곡에 비해 율원9곡을 담은 중봉 조헌 선생. 이번호에는 율원9곡 중 1, 2곡을 중심으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옥천의 경관과 중봉 선생의 옛 정취속으로 들어간다.

구곡(九曲)의 유래
중국 송나라의 주자(1130~1200)는 아홉 개의 곡(曲)으로 이루진 구곡은 주역(周易) 구오(九五)의 원리를 적용하여 무이구곡(武夷九曲)을 설정하고‘무이도가(武夷棹歌)’를 지었다. 구오는 만물의 기능과 역할이 원만하고 활발하게 운용되어, 천하를 으뜸으로 잘 다스려지게 하는 상황을 표현한 괘이다. 이렇듯 구곡 설정과 구곡시 창작은 학통 계승의지의 자연에의 표현이며 위대한 인물에 대한 존경심의 학문적 표현이다.

율원구곡
율원구곡은 중봉 조헌(1544~1592)선생의 중봉집 유율원차무이도가운(遊栗原次武夷棹歌韻)에서 찾을 수 있다. 중봉 조헌은 1584년 겨울 옥천군 안읍 밤티의 궁벽한 산골로 은거하여 서당인 후율정사를 짓고, 생애 마지막 7~8년을 제자를 기르고 학문연구를 하면서 서화강과 금천 변의 산수경치 좋은 곳을 유람하면서 중국 주자의 무이구곡과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을 모방하여 율원구곡을 설정했다. 주자의 무이도가를 차운하여 율원구곡시를 창작하면서 옥천의 별유천지 또는 선경으로 여기고 유유자적하면서 풍류를 즐겼다.
1곡은 창강(滄江)이다. 장령산 휴양림 일대의 계곡을 금천계곡이라 불리는데,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양쪽으로 산이 높게 솟고 경사가 심하다. 구곡의 시작점이다.
2곡 장현봉(獎峴峰)이다. 장현봉 또는 장용산, 장령산이라 불리며, 마성산과 연결된 한 봉우리이다. 장령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수목이 울창해 신선이 사는 비경에 비교된다. 산 아래는 금천계곡이 흐르고 있다.
3곡은 임정(林亭)이다. 숲속의 정자, 지금의 이지당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지당은 옥천 옥각리에 있는 서당으로 본래 각신리에 있어 각신서당이라 불리기도 한다.
4곡은 창병(蒼屛)이다. 군북면 추소리에 있다. 무이도가의 정서와 비슷한데 승경에 쓸쓸함이 깔려 있다. 또는 부소담악을 말하기도 하는데, 부수머니 앞에 병풍바위 위로 속칭 ‘벼랑이’라 불린다.
5곡 동남곡(東南曲)이다. 4곡의 부소담악 추소정에서 좌측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동남곡이다. 창병 하류 건너편, 동남쪽에 있는 골짜기로 ‘골냄이(골남쪽)’이가 동남곡구이다.
6곡은 문암(門巖)이다. 군북면 추소리에 있으며, 소옥천 물가에 바위가 문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석문이라 했다.
7곡은 은병(隱屛)이다. 군북면 이평리 이탄 여울 근처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직으로 선 바위 절벽이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다고 해서 그 풍광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는데, 4곡의 창병과 모습이 유사하다.
8곡은 환산성(環山城)이다. 환산성은 고리산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삼국시대의 백제성으로 6개의 보루가 위치해 있고 성벽은 각 보루에 부분적으로 남아있다.
9곡은 삼봉(三峰)이다. 군북면 용호리 인근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청풍정이 있는 석호리 진걸 마을에서 마주 보이는 오봉산이 삼봉(가산봉, 태장봉, 고절산)을 가리킨다.
율원구곡은 무이구곡처럼 웅장하고 험준하지는 않으나 물굽이가 태극문 모양으로 구비 휘돌아 흐르고 서화천을 따라 높고 낮은 주변 산들이 물가에 솟아 있는 모습을 중봉 조헌의 나이 41세 때 후율정사 근처 장현봉, 서대산, 금강 등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읊은 것이다.

1곡 창강 금천계곡과 2곡 장현봉
일곡창강유소선(一曲滄江有小船)
일곡이라 푸른 강에 작은 배 떠 있는데
발원남악작장천(發源南嶽作長川)
남쪽 산에서 발원하여 긴 강을 이루었네.
서귀금록인귀해(西歸錦麓因歸海)
서쪽으로 금강 기슭을 돌아 바다로 흘러들어가
벽랑응통주사연(碧浪應通洙泗烟)
푸른 물결은 응당 수사의 안개와 통하네.

이곡초요장현봉(二曲岧嶢獎峴峰)
이곡의 높은 산 장현봉은
천암만학담추용(千巖萬壑淡秋容)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에 맑은 가을
서대망료인첨북(西臺望了因瞻北)
서대산 바라보다 북쪽을 쳐다보니
면상봉래취만중(緬想蓬萊翠萬重)
만 겹의 푸른 봉래산이 생각나네

중봉은 율원구곡 중 제1곡 금천계곡과 제2곡 장현봉을 이렇게 노래했다. 금천계곡은 장령산 계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대성산, 장령산, 마성산, 서대산 등 옥천의 명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금천계곡은 심산유곡의 샘물들이 모여 청정 1급수를 이룬다. 계곡은 굽이굽이 기암괴석이 형성되어 있고, 상류부터 하류까지 속이 훤히 비치는 맑은 계곡물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대성산에서 발원한 얼음밭골, 쇠골, 불무골, 장애골 등의 계곡들이 상곡천을 이룬 후, 북쪽으로 흐르면서 서대산과 장령산에 발원한 물줄기들과 합수해 서화천으로 향하며 전체 길이는 5.6㎞이다.
금천계곡으로의 진입은 군서면사무소에서 성왕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1㎞ 진행하다 평곡 사거리에서 다시 장령산로를 따라 남동쪽으로 약 4.5㎞ 이동하면 장령산 자연 휴양림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일대의 계곡에 해당한다. 또한 장현봉은 장령산 봉우리를 일컫는다. 장령산 자연휴양림을 찾으면 금천계곡과 장현봉을 동시 만났을 수 있다.
이곳은 대부분 천연림의 참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신갈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금천계곡은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청량감 넘치는 시원한 물놀이장을 제공한다.
휴양림에는 통나무로 지어진 숲속의 집 18채가 군데군데 지어져 있고, 17개의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이 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계곡을 따라 40여 개의 평상(들마루), 정자, 파라솔이 줄지어 있는 야영장도 이 기간에는 주·야간 운영을 계속한다. 휴양림에는 장령산을 등반할 수 있는 4개의 코스가 있다. 짧은 코스는 2시간30분이면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고, 가장 긴 코스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전망 또한 어느 산에 못지않게 빼어나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용암사는 일출 사진찍기 명소이다.
이곳은 2011년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서 도내 자연휴양림 가운데 아토피 등 각종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주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휴양림으로 확인되어 장령산 치유의 숲을 개장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5년 15억 원을 들여 조성된 이 숲에는 금천계곡을 따라 약 3㎞ 구간에 편백나무가 가득 차 있고 치유정원, 목교, 파고라, 전망대도 있어 지친 심신을 달래고, 특히 낭만적인 가을 풍경을 연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4계절이 아름다운 장령산 자연휴양림. 특히 신록의 계절에 장령산 자연휴양림은 녹색바다 그 자체다. 주말이면 숲 체험을 즐기는 휴양객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기자가 찾은 지난 8일 평일임에도 회사 동료와 동창회 등 단체가 숲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여름 장현봉 정상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과 1급수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며 중봉 선생의 율원구곡을 읊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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