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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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의 체험학습
  • 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 승인 2018.07.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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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얼마 전 토요일 어느 역사관에 들른 적이 있다. 그 역사관은 백제시대의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관람객은 성인보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중에도 초등학생이 대부분이었다. 20명 정도의 그룹 서너 팀이 사교육 업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어린이는 한두 명에 불과하고 모두가 딴 짓을 하거나 지루해 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특히 저학년 어린이들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즐거운 여름방학이 오고 있다. 학교에서는 방학동안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 보거나 영화 연극을 관람하거나, 역사 유적을 견학하고 오라는 등 체험학습 과제를 내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에서 그런 과제가 없어도 부모들은 체험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며, 사교육 업체는 이런저런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액의 체험학습으로 유도한다. 방학은 즐거워야 하고 체험학습도 즐거워야한다.

체험학습이 유행하면서 어린이 수준에 맞지 않는 관람이나 프로그램 등에 무조건 참여시키는 경우가 많다. 체험학습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우선어린이의 수준에 맞는 현장을 찾아 가야 한다. 초등하교 1학년 어린이를 데리고 박물관을 가는 것은 좋으나 고대 역사를 설명하면서 필기를 강요하는 것은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체험학습은 처음에는 소풍처럼 가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 국어나 사회,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과서에 나오는 유적지를 찾아가 본다. 그리고 고학년이 되면 역사적인 흐름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현장 탐사 계획을 세워 본다.

역사 체험을 할 때 관련된 내용이나 연대를 외우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생활 문화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흥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방문한 유적지의 안내 책자를 받아 와 스크랩북을 만들면 근사한 한 권의 역사책이 될 수 있다.
땅도 물도 기름지고 바람도 기름진 우리 옥천은 통합체험학습장이다.

동이면 석탄리의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고인돌은 청동기시대를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재 지석묘이다. 길이와 넓이,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과연 이 지석묘는 누구의 묘일까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역시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이원면 백지리의 백촌 김문기의 유허비도 찾아 볼 일이다. 비의 앞면에는 이조판서, 영의정, 의정부, 좌찬성 등 조선시대의 벼슬이름이 적혀있으니 그 이름만 공부해도 얼마나 큰 공부인가? 비의 뒷면에는 선생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 김문기 선생은 1456년 세조 2년 단종 복위를 모의하다가 발각되어 순절한 문신이다.

김문기 선생을 공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조선 초기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고, 어렵고 딱딱하게만 생각했던 역사공부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3000회나 기록되었다는 이원면 구룡촌의 우암 송시열의 유허비도 만나보아야 한다. 봉림대군의 스승이었던 우암 송시열을 공부할 때는 병자호란까지 공부영역을 확대할 수 있으며, 방송 드라마에서도 인기였던 희빈 장씨의 아들 경종의 세자 책봉을 반대한 이유로 제주도로 귀양을 가고 결국은 사약을 받게 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대정치가 우암 송시열을 공부하면서 영조와 정조를 비롯하여 조선 후기의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안남면 도농리의 중봉 조헌의 묘소를 찾게 되면 임진왜란과 조선 중기의 역사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며, 군북면 이백리의 이지당, 옥천읍 삼양리의 척화비, 옥천읍 교동리의 향교 등 많은 역사의 현장이 있다.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 고궁이나 박물관에 가 보면 부모와 함께 오거나 단체로 우르르 몰려 온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안내판에 적힌 설명문을 열심히 베껴 쓰고, 엄마는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역사 유적지를 견학하는 것은 공부보다는 그곳에서 고풍스런 분위기에 빠져 역사의 향기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올 여름방학에는 거창한 체험학습 계획보다는 가까운 우리고장을 찾아보는 계획을 세워보자. 체험학습의 목적은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태도를 기르기 위한 것도 있다. 어린이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 참가비용도 만만치 않다. 몇 십만 원씩 들여서 장거리로 보내는 것 보다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부터 버스를 타고, 또는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어린이들이 집중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한 번에 한 가지만 즐기고 체험하는 것이 좋다. 부모 욕심에 이리저리 끌고 다녀야 아이에게 남는 것은 없다. 가까운 곳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가족회의를 하여 달력에 올 방학 체험학습 계획표를 만들어 붙여 놓으면 아이들도 계획표를 보고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가슴 설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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