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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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여행
  • 강철 소설가
  • 승인 2018.08.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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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소설가

나는 개인적으로 기차를 좋아한다. 여행도 기차여행을 좋아한다. 서울에 살지만 대부분의 연고가 고향인 大田에 있어 한 달에 한 두 번은 내려가게 된다. 차가 막히는 이유도 있지만 가능하면 기차를 기용한다.

또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궁화호를 선호한다. 빨리 가는 게 목적도 아니지만 좀 더 기차를 오래 타고 싶어서라고 할까.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궁화호 기차로 대략 2시간, 왕복이면 4시간을 기차에서 보내는 셈이다. 물론 그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책의 경우 그렇게 두껍지 않은 단행본은 왕복하는 동안에 완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전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을 가는 경우라도 가능한 한 기차를 이용하려 한다.

기차는 교통정체나 날씨의 영향이 가장 적은 이동수단이다. 또 기차만큼 안전한 이동수단도 없다. 1814년 영국의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이래, 기차는 사업발전의 획기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기차가 개통되거나 기차역이 들어섬으로써 새로 생겨나거나 크게 발전한 도시도 많다. 대전도 그런 도시 중에 하나다.

이와 함께 기차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문화와 문명을 실어 나르며 사람들에게 꿈과 낭만과 안전한 여행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자동차의 발달과 고속버스의 등장 이후 한동안 기차는 찬밥신세가 되기도 했다. 자동차와 버스에 손님을 뺏기게 되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기차는 지방의 많은 노선을 줄이고, 시골역 등 많은 추억의 역사를 폐쇄시켰다. 그러다 고속열차가 들어서며 다시 기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고속열차의 빠른 속도와 쾌적한 객실, 정시운행은 차량에 빼앗겼던 사람들을 다시 기차로 끌어들이는 주요 요인이 됐다. 게다가 교통체증과 환경, 공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차는 어떤 교통기관보다도 친환경적인 무공해 운송수단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차를 찾는 이유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기차의 매력은 무엇일까? 덜컹덜컹…칙칙폭폭…주기적으로 들리던 기차의 바퀴소리는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다. 철도는 명절 귀향 및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이동과 운송수단이었다· 속도는 느리고 많은 사람들 틈에서 장시간을 서서 가거나 궁색하게 통로에 앉아서 가야 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기차에서 사 먹던 삶은 계란과 사이다.

오지어와 맥주, 대전역 가락국수와 기차에서 맺어진 수많은 인연들… 그 추억은 지금의 빠르고 쾌적한 기차보다 훨씬 길고 진하고 애틋했다. 또한 열차는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해 추리나 일반 소설속에 많이 등장하는 중요한 소재 중에 하나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영화나 소설의 긴박하고 은밀하며 박진감 넘치는 서사와 장면은 그 어떤 것보다 우리를 집중력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고향 뒷산에 올라가면 멀리 금강 너머로 경부선 기찻길에 오가는 기차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멀리 달리는 기차를 보며 어린 꿈을 키웠다. 저 기차를 타면 얼마나 멀리 가는 것일까? 그곳은 어떤 세계일까? 그리고 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도 같은 꿈을 꾸었다. 저 비행기는 얼마나 높이 나는 것일까? 저 비행기에서는 얼마나 넓은 세상이 보일까? 그 꿈 때문일까? 나는 대학에서 관광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여행사를 경영했었다. 그리고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러나 그렇게 여행하면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그리고 어언 70여 년, 정작 내 나라에선 기차를 타고 가고 싶은 대로 갈 수가 없다.

다행히 요즘 남북관계가 좋아지며 그동안 끊겨있던 남북 간 기찻길을 연결하기 위해 관계자들의 조사가 진행될 거라고 한다. 어서 통일이 되어 서울에서 평양을, 나아가 서울에서 파리 행 열차표로 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이번 여름 여행은 기차여행이 어떨까? 아이들에게 함께 옛날 찐 계란에 사이다 사먹던 기차여행의 추억담도 들려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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