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서 우정으로…새 역사 만드는 한일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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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에서 우정으로…새 역사 만드는 한일 청소년들
  • 도복희, 김영훈기자
  • 승인 2018.08.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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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일본 고노헤마치 중학생 교류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은 나라 잃은 고통 속에서도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해외에서는 국제적인 외교활동과 무장독립운동을 계속한다. 이러한 독립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민족자결주의가 세계로 확산되자 전민족적인 운동으로 번져나간다. 결국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기에 이른다. 올해는 독립 73주년을 맞는 해다. 지난날 고통스런 역사를 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역사에 발 묶여 한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일 간 미래세대는 이해와 소통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옥천의 중학생들과 일본 고노헤마치 중학생들의 오랜 교류는 이와 같은 희망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 동안 21년째 옥천군과 자매 결연을 맺은 일본 고노헤마치 중학생 교류단이 옥천군을 방문, 관내 중학생들과 만나 서로 간의 우정을 나눴다.
8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42명 일본인 학생들은 옥천으로 이동 9시30분에 숙소인 금강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9시20분 지용생가 및 지용문학관, 육영수 생가를 견학했다. 이들은 오찬을 마치고 평생학습원을 방문, 시설 견학 및 향초 만들기와 가죽공예 등 체험활동을 펼쳤다.

활동에 참여한 카와모리타 미유(3학년)는 “향초를 처음 만들어 본다”며 “친구들과 한국에서 함께 하니 더욱 즐겁고 신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4시30분 군북면에 위치한 라온뜰 농촌문화체험관으로 이동, 천연염색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어색해 하더니 직접 염색한 작품 앞에서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해맑게 웃었다.
10일 옥천여자중학교 강당 향목관에서 양국 학생은 윈드오케스트라, 가야금 연주,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수업 중 2개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 서로를 도와가며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고노헤중학교 토리 야베린(2학년) 학생은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매우 친절하다. 영어로 말했는데 쉽게 말해줘 좋았다”며 “영어회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친구들이 상냥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을 인솔해 온 마루오카 유스케 체육교사는 “한국에 대해 깨끗하고 스포츠가 활성화 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국문화를 처음 접한 학생들이 다양성을 받아들여 보다 세계적인 마인드를 갖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이어 “처음 하는 국제 교류임에도 학생들이 한국 친구들과 금방 사이가 좋아져서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오찬 시간에는 옥천여중 급식실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오찬 후, 옥천중학교로 이동, 스포츠 활동을 통한 중학생 문화체육 교류를 펼쳤다.

학생들의 스포츠교류 시간에는 양국 대표 장기자랑을 시작으로 단체 줄넘기, 민속 무용 등이 진행됐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댄스팀 에이블’에 전여름(옥천중 1) 학생은 “한 달 동안 아무 도움 없이 연습했다”며 “일본학생들이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연습한 보람을 느꼈고 정말 신났다”며 밝게 웃었다.

박지해(옥천여중 3) 학생은 “금세 아이들과 친해졌다”며 “고노헤마치 학생들이 전통춤을 췄는데 너무 멋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우라 칸타(고노헤중학교 3) 학생은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국 친구들을 사귀어서 기분 좋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옥천군과 고노헤마치 두 지역은 1997년 자매결연 체결 이후부터 18회에 걸쳐 옥천군 284명, 고노헤마치 217명 중학생들이 함께 만나 우의를 다지고 문화를 교류하며 꿈과 끼를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21년간 지속되어 온 중학생 교류 행사는 양 지자체 학생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함으로써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자체 상호 우의를 다질 수 있는 기능을 해왔다.

김재종 군수는 “금 번 교류를 통해 우리 중학생들이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넓은 시야와 국제 감각을 갖춘 경쟁력 있는 우수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하고 실리적인 교류를 통해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옥천교육지원청 한경환 교육장은 “10여 년 동안 중학생 국제교류를 지켜보며 학생들에게 큰 꿈을 심어주는 매우 유의미한 프로그램이라 느꼈다”며 “국제적 감각을 겸비한 마을과 세계를 품는 지역인재를 육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 번 교류행사를 지켜본 군 관계자는 “옥천군 중학생들이 일본학생들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하고 진행함으로써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보다 넓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옥천군의 문화시설 견학 및 학습관련 체험 제공을 통해 옥천을 알리고, 교류가 지속적으로 유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옥천여중 이재명 교장은 “지난날의 역사는 현 세대의 잘못이 아니다”며 “미래 세대까지 어두운 역사의 틀에서 한·일 관계가 갈등의 연속선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세대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토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와 같은 활동이 서로를 알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여중 유서영(1학년) 학생은 “처음에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감정이 있어 거부감이 있었는데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착한 거 같아서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의사소통이 어렵긴 했지만 다른 나라 친구들이랑 만나 얘기도 하고 악기를 같이 부는 게 재밌었다”고 활동 소감을 전했다.

옥천여중 박하원(3학년) 학생 역시 “처음엔 어색했는데 관악부 악기를 가르치면서 소통이 돼 재밌고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졌다”며 “SNS에서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부정적이어서 별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 직접 만나 보니 엄청 순수하고 착한 친구들이었다”고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 변화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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