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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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1.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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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면 석탄리 유봉훈 사진작가 제공.

시를 읽는 동안 화천에 눈이 내렸다
화천에서 전화를 한
너의 불안이 녹아내려 이곳에선 비가 되었다
비오는 거리를 운전해서 석탄리 안터마을로 갔다
빈집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자물쇠 뒤로 살아있던 그대로가 박제되어 있었다
검은 소파 위 입던 셔츠 하나가 놓여 있었고
뭐하나 건드린 게 없는 살림살이가 그대로 있었다
영혼 없는 사람처럼 창백한 집 이었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살던 사람만 빠져나간 집
마당에 비가 내렸다
마당에서 보이는 대청호에도 비가 왔고
비 내리는 그곳에서 낚시하는 그들은 우산도 없이
물살에 시간을 기대고 있었다
밥집에서 먹은 콩나물국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마을에 하나뿐인 식당이었고
점심시간이었으므로,
때가 되었으므로 먹은 밥에는 기억나는 맛이란 게 없다
시를 읽는 겨울은 화천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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