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내리면 서점을 순례하던 스무살 시절이 있었다.
젖은 나무향 대신이었을지 모른다.
허기를 채우기 위한 자신만의 소극적 방법이었는지도.
책과 책들 사이 시선을 두고 있으면 빗소리 가득했다.
자작나무 숲에 내리는 빗소리 같았다.
제목을 훑고 지나가다가
마음에 닿는 한 구절이 있으면
그것을 모포처럼 두르고 한기를 막아내던 시간들.
막연히 어딘가에 닿고 싶었지만
그 어딘가를 찾지 못해서
서점에 갔었나보다.
그곳에 가면 어디든 갈 수 있어서
공항이나 정류장 대신
책방을 돌고 돌다
낯선 제목 하나를 가슴에 품고
보문산 꼭대기 자취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비만 오면 서점에 가던 그때 그 시절
참 옛날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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