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내려놓으니 이제 가시라
미루나무 꼭대기 조각구름으로 떠다니시라
어떤 미련도 갖지 마시고
가시는 걸음걸음 꽃길만 걸으시라
새소리 가득한 마을의 초입에서
낯선 얼굴로 서 있거든
아는 척 마시고 돌아서시라
뒤돌아보지 마시고
세상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무심함으로 발길 돌리시라
혹한이 다 지나가고
다시 넝쿨장미 피어나는 계절 오거든
먼지 낀 창틀 닦아낼 터이니
떠난 자리마다 놓인 빈 화병에는
사랑했던 일요일의 시간들이
붉은 꽃잎으로 숭얼숭얼 고개 들것이니
미련두지 마시고 떠나시라
저작권자 © 옥천향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