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4월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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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4월을 기다리며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3.18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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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 옥천지역인권센터복지국장

20여 년 전, 옥천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첫 인상은 맑고 깨끗했습니다. 이른 아침 일어나 마당에 서면 여고시절 수학 여행가서 마셨던 설악산 아래 그 공기 맛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좀 투박하지만 정감이 있었습니다. "대근해 죽겄어"란 사투리가 낯설지 않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듯합니다.

어느 날 착하고 조용하던 마을이 웅성 웅성 시끄러워졌습니다. '무슨 일이지?' 초미의 관심을 갖고 귀를 세웠습니다.

정치 얘기였습니다. 누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져 조그마한 마을은 술렁였습니다. 그 때가 선거철이라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사뭇 궁금해지며 지역 신문을 통해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좀 가까워진 몇몇 옥천사람(24년째 사는 나는 아직도 옥천 사람이라고 인정안 해 줌)은 침을 튀기며 흥분하여 신문기사보다 더 생생하게 그 사태를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선거 결과 예측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거결과는 그 뜨거운 감자였던 부정부패의 장본인 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옥천을 호기심 있게 배워가던 나는 너무 놀랍기도 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 '옥천인'들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그분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어쩌겄어요... 밉다가도 투표소 안에 들어가면 그래도 찍어야지... 다 그렇게 돼요" 처음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이 말을 20여년 살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읍내에 나갔다가 여기저기 펄럭이는 정치인들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함께 동행 하던 어르신들은 " 저 사람 ㅇㅇ리 사람이야 ... 즈그 아버지가 누구잖아... "  "ㅇㅇ는 선거병 걸렸어..."  "ㅇㅇ가 우리 집안이라니까" 드디어 선거철이 왔습니다.

정책이나 이전의 업적에 대한 비판도 없이 20여 년 전이나 똑같이 누구의 친척이니 어느 동네 사람이니 하는 이야기가 시작 된 것입니다.

나는 전에도 그렇듯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되는 정책을 꼼꼼히 비교하여 살펴볼 것입니다. 그동안에 행적을 찾아보거나 듣기도 합니다. 그리고 판가름이 어려울 때는 따라다니는 수행원들의 인품을 보기도 합니다.

이제 옥천은 깨어나야 합니다. 학교 선·후배도 아니고 사돈의 팔촌까지 연결된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일꾼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도 흔들리지 말고 투표로 말해야 합니다.

정책을 비교하고 좀 더 나은 정책을 펼칠 인물을 택해야 합니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내가 가진 한표가 중요합니다.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찍어야 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한다는 광고 카피처럼 하면 안 됩니다. 감정적인 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비교 분석하고 고민한 이성의 선택으로 옥천의 정치 물줄기를 틀어야합니다.

선거 바람을 무조건 따라 다니는 발걸음을 멈춰야 합니다. '잔인한 4월'이 될 것인지 '꽃피는 4월'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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