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비과’를 찾아서 Ⅰ
상태바
정지용의 ‘비과’를 찾아서 Ⅰ
  • 김묘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9.01.17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묘순 문학평론가

2019년 정월.
전에 들어두었던 정지용의 ‘비과’를 찾아 떠났다. 정지용 ‘비과’ 사랑의 구술을 채록·정리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비과’. 혹시 일본에 ‘비과’ 흔적이 남아있을까? 일본 역사를 전공하신 김다린 선생님을 통해 찾아보았던 노력은 헛수고였다.
그래서 직접 나섰다. 가장 비슷한 형태의 ‘비과’를 먼저 찾기로 하였다.
언젠가는 ‘비과’에 대해 구술하여줄 사람조차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필자를 급하게 현장으로 내몰았다.
정지용도 밤새 원고를 쓰던 날이 있었다.
한 줄 원고를 정리하여 본 사람이면 안다. 필자의 경우 또한 밤을 새우지 않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는 참 힘들다. 이렇듯 정지용도 밤새 원고를 썼다고 한다. 정지용의 그 흔적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약사 출신의 조성호(1941년생) 선생님을 청주시 용암동 롯데마트에서 만났다. 조 선생님 댁이 그 인근이기도 하였지만 그곳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또랑또랑하시던 조 선생님도 세월은 비켜갈 수 없었나 보다. 팔을 벌리고 반가워하시는 조 선생님은 다리가 좀 불편해 보였다. 조 선생님과 함께 식료품 진열대를 모두 둘러보았다.

빠스락 투명 비닐로 양 옆을 묶었어요. (비과)색은 갈색보다 좀 연해요.
‘비과’와 비슷한 ‘유가’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유가)은 (비과보다)우유를 더 넣어서 만든 거예요. 그래서 (우유 빛으로)하얗죠.
시장에 가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려나....
(‘비과’ 크기에 대해 묻는 필자에게) 요거(계피맛 사탕)보다 길었어요.
이것도 아니고..... 젤리처럼 물렁거리지는 않았어요. (사탕처럼) 딱딱한 촉감이었어요. 여느 사탕과 맛은 비슷해요.
(비과를 직접 드셔 보셨는지요?)
그때는 먹을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런(비과 같은) 거(것)밖에 없었지. 송진껌이나 엿 그런 거(것). 엿보다는 가늘고 갈색......
“왜 그렇게 ‘비과’에 집착 햐?”
조 선생님께서 질문하신다.
“문헌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밤새 글 쓰며 드셨을 ‘비과’ 껍질이 수북할 정도면, 정지용 선생님이 참 좋아하셨던 간식이었잖아요. 잘 정리해 두어야 해요.”라고 대답하였다.

조 선생님은 연신 필자의 질문에 대답하시며 진열대를 살펴보셨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세심히 관찰하셨다.
조 선생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계피맛’ 사탕을 사들었다. 그리고 조성호·김다린 선생님과 함께 인근 ‘동궁 염소탕’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정지용 선생님 이야기를 더 듣기로 하였다.
사실 다 듣지 못한 부분은 전화로 다시 여쭤보았다. 15일 옥천 장날 ‘유가’ 한 되를 샀다. ‘비과’와 비교하기 위하여.
건설출판사 근무(1945-1947년 사이)를 마치고, 후에 교사의 길을 걸었던 조중협(1918-2010)의 장남인 조성호 선생님의 구술을 들었다. 조중협은 당시 건설출판사를 운영하였던 조벽암(1908-1985, 시인·소설가)의 동생이다. 조중협은 1946년 건설출판사에서 근무를 하였고 정지용은 같은 해 이곳에서 『정지용 시집』 재판을 발행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정지용 이야기를 조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1944년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 열세로 연합군 폭격 대비를 위해 서울 소개령이 내려진다. 이에 정지용은 부천군 소사읍 소사리로 가족을 솔거해 이사하여 살다가 1946년 서울 성북구 돈암동으로 다시 이사를 오게 된다.(김묘순, 『정지용 만나러 가는 길』, 국학자료원, 2017, 238-239면) 이로 정지용의 건설출판사 하숙은 부천군 소사읍으로 이사하였을 때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이 구술은 두고두고 좋은 자료가 되길 바란다.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구술하여 주신 조성호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 전하며 정지용의 ‘비과’이야기는 다음 호에 이어서 하기로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