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가 날아간 자리에
오리 한 마리
얼음길 배밀이로 닦는다
오체투지로 간다
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가고 오는
보금자리
누구 한 사람 털장갑 신발 한 켤레 마련하여
배웅도 환영도 하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는
별을 본 물고기가 공기 방울 올려
빛나게 하는 제 영혼 한 점
잘박찰박 초록 가꾸던 발걸음이
얼음 속에 남았다
굴뚝에 살던 새가 땅으로 왔다
사백이십여일 가슴으로 데운
발등의 알
장엄하고 거룩한 풍경은 날아가고
애타게 졸이며 오래 바라보는
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왔다
일어선 자리에 한 쪽이 조금 갈린
달이 남았다
◇약력
·대전작가회원
·시집 『날짜인을 갈면서』(2004), 『막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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