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도서관은 참 일요일스럽다
몇 명의 고요한 사람들이 책장을 넘기는 거 말고는
침묵만 팽팽하다
믹스를 털어 넣은 한잔의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나는 너를 위해 한 구절의 시를 필사한다
오직 너에게 닿으려고
키냐르를 불러내고 천양희와 이하석을 마주한다
너에게 보내려는 한 줄을 찾으려고
책 한권을 통째로 읽어둔다
이것은 모두가 너에게로 가는 길
오직 너에게 가려고 나는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요일의 도서관은 너에게로 가는 소로다
대나무 울음소리 자근자근 들리는 곳
햇살이 댓잎에 부서지며 찬란하게
한낮의 밝음을 잉태하는 곳
수만 그루 나무들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는 곳
그 흔들림이 마음을 다독여
세상 고민을 잠재우는 곳이다
일요일의 도서관에서 나는 오직 너를 찾아
걷고 또 걷는다
그 한걸음한걸음 안에 숨겨진 비경이 알몸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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