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1925년 옥천에서 강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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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1925년 옥천에서 강연하다
  • 김묘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9.02.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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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순 문학평론가

1925년 8월 15일, 정지용이 옥천공립보통학교(현 죽향초등학교)에서 강연하였다는 자료를 발견·확인하였다.
정지용 관련 다른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부딪치게 된 정지용 이야기이기에 참 반갑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기에 정지용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정지용을 향한 옥천 역사를 서술함에 도움이 되고자 이를 소개하기로 한다.

  沃川初有의
    文化講演
       聽衆無慮四百

沃川公立普通學校 同窓會 主催로
第一回 文化講演會를 再昨 十五日
午後 八時부터 沃川公普 大講堂에
서 開催하고 柳基元 氏 司會下에 進
行하야 同 十二時에 閉會하얏는대
演士와 演題는 如左하더라(沃川)
   童謠와 兒童敎育
       同志社大學 鄭芝溶 君
   基督敎란 如何한 宗敎인가
       早大 英語科 柳錫東 君
   文化園을 建設하라면
       大邱高普敎諭 趙龜淳 君

「沃川初有의 文化講演 聽衆無慮四百」이라는 제목으로 『매일신보』(1925. 8. 18, 3면)는 알리고 있다. 이날 『매일신보』 3면 좌측 하단에 세로쓰기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게 싣고 있다(원본대로 적되 띄어쓰기는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현대 맞춤법에 따라 정리함).
이날 정지용은 「童謠와 兒童敎育」을 강연하였다.
정지용은 1925년 전후 아동을 위한 동요류의 시 창작을 주로 하였다.
「삼월 삼짇날」, 「해바라기 씨」는 1924년과 1925년으로 정지용은 창작시기를 밝혀 놓았다. 그는 창작 일을 1924년이라 밝혀 놓은 「삼월 삼짇날」을 쓴다. 후에 이 시는 1926년 『학조』 1호에 「딸레(人形)와 아주머니」→1928년 『조선동요선집』에 「三月 삼질 날」→1935년 『정지용 시집』에 「삼월 삼질 날」과 「딸레」로 나누어 실었다.
1925년 3월로 정지용이 창작시기를 밝혀놓은 「해바라기 씨」가 있다. 이 시는 1927년 『신소년』에 「해바락이씨」→1928년 『조선동요선집』에 「해바락이씨」→1935년 『정지용 시집』에 「해바라기씨」→1939년 『아이생활』에 「해바라기씨」로 수록된다.
1926년에 「서쪽 한울」, 「」, 「감나무」, 「한울 혼자 보고」, 「굴뚝새」, 「겨울ㅅ밤」, 「산에ㅅ색시 들녘사내」, 「산에서 온 새」 등을 1927년에 「녯니약이 구절」, 「내맘에 맛는 이」, 「무어래요?」, 「숨ㅅ기내기」, 「비들기」, 「할아버지」, 「산 넘어 저쪽」 등을 발표한다.
1926년이나 1927년에 발표된 작품들은 발표년도와 창작시기가 같거나 발표년도보다 좀 이르게 창작되었을 것이다. 이로보아 정지용의 초기시에 해당하는 시들은 동요류로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정지용은 아동에게 읽히면 좋았을 짧은 동요류의 시들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창작하였던 것이다.
정지용이 옥천에서 하였다는 강연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100여년 가까운 세월이 강연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흔적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때 필자는 세월의 흐름과 인간의 수명이라는 한계에 묶여 버린다. 이러한 구술 자료의 한계성 때문에 인쇄자료에 의존하여야만 하는데 인쇄매체의 한계에 부딪칠 때가 많다. 이런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나 정지용의 「童謠와 兒童敎育」이라는 강연은 크게 2가지 의미가 부여된다.
첫째 막연하게 정지용이 교토 동지사대학 유학시절에 “옥천과 일본을 오갔을 것”이라는 기존의 의문점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실제로 정지용은 동지사대학 유학시절에 그의 고향 옥천에 와서 조선의 아동과 조선인을 위한 강연을 하였다. 
둘째 정지용은 글솜씨만 웃자란 시인은 아니었다. 실제로 옥천과 일본을 왕래하며 ‘민족정신을 동요류에서 찾고 아동교육의 최전선에서 노력’하였던 그의 ‘발자취를 가늠’할 수 있으며 ‘아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무게가 꽤나 두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청중이 무려 400명”이나 되었으며 “저녁 8-12시” 4시간 동안이나 진행되었다는 1925년 8월 15일 정지용 고향에서의 강연. 이날 정지용과 같이 강연을 하였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관계에 대한 유추는 다음호에 계속 이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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