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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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봄밤
  • 함순례
  • 승인 2019.02.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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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한 남자가 노래 부르고 있어
깡마른 여자의 휠체어 밀면서 ‘신라의 달밤’
을 밀고 있어
가만가만 나직한 노랫소리가 바퀴를 타고
여자의 무릎을 타고 굴러갔어
먼 신라의 달과 달빛도 지상으로 소환되어
둥글게 굴러갔지
둥글어서 슬픈 그림자가 어둠을 풀고
붉은 시간들을 지피고
남자의 손등에 얹히는 흰 손,
여자의 이마에 얼비치는 불빛 아득했어
노랠 지팡이 삼아 어서 일어서시라
간절한 노래가 두둥실
허공을 휘감았지
비가 그치고 미세먼지도 가신
잠깐의 봄밤이었어
황홀한 벚꽃 그림자였어

◇약력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한남문인상 수상.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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