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늑골 아래 딱따구리 한 마리
둥지를 튼 게 틀림없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허락받지 않은 새의 부리가 박힐 때마다 꽃피는 상처
잠을 자면 새도 잠들어서 고통이 사라지는데
새를 키우느라 몸은 잠을 잃어버렸어
그러니까 새를 기르는 일은 불면과 닮은 것
새벽에 눈 떠 낮을
되새김질하는 것으로 너는 자라지
네가 떠나고 푸른 깃털이 커졌어
나에 관한 소문을 퍼뜨릴 때마다
새의 부리는 날카로워지고
한밤중에도 명치는 욱씬거렸어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오른쪽 늑골 아래 딱따구리는 딱딱
살점을 찍어대고 있었어
봄이 오려고 그랬나 봐
봄이 와서 너도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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