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실금이 간 자리
상태바
포토포엠-실금이 간 자리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6.07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 장날에, 유봉훈 사진작가 제공

엄마의 다리에 실금이 가자
팔십사년 모든 생활을 주저앉혔다
대체로 엄마의 뼈는 무사했으나
단 한 곳이 무방비 상태로
바람길에 드러났다
뼈마디 새로 생긴 실금 하나로
엄마는 더 이상 주일을 지키지 못한다
부녀회방 십원짜리 화투놀이에도 나가지 못한다
흰민들레 쫓아 들판을 가로지르거나
새벽 기도 위해 교회에 가는 것을 멈추었다
자식들 먹거리 위해
오일장 문턱 두세 번씩 오고 가던
수고도 중단되었다
엄마의 종아리는 내 손목보다 얇아져서
서 있는 잠깐의 순간도 흔들린다
엄마를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지상에서의 생애가 가벼워진다
마르고 작아져 어느 새벽
형체조차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실금 속에 내가 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