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부부의 왁자지껄 농촌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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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부부의 왁자지껄 농촌정착기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6.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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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면 ‘드럼치는 농장’ 정순점·김명성씨
“도시·농촌 문화적 차이는 배려로 극복”

정순점(57)·김명성(49) 귀농인 부부의 ‘드럼치는 농장’이 안내면 동대 2길 109에 있다. 부부의 농장은 안내면 도율리에도 4천여 평이 있다. 함께 가꾸는 농장에는 밤 100주, 개복숭아와 같은 과실수는 물론 자색감자, 양파, 마늘, 고사리 등 갖가지 채소가 자란다. 귀농인 정순점 씨는 대기업 고위직으로 정년 퇴임을 했다.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34년 일해 온 그녀와 남편 김명성 씨가 안내면 동대리에 터전을 잡고 ‘드럼치는 농장’을 일구는 것. 대기업 임원에서 농장주가 되어 감자 심고 고사리 꺾으며 마을 안팎의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어 하는 귀농인 부부의 시골 정착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서로에 대한 이해 절실
정씨 부부가 동대리로 이사한 것은 2015년 10월 2일이다. 집이 딸린 700여 평 농지를 인생 2막의 장소로 선택한 것. 처음에는 시골에 집을 구입해 놓고 왕래만 하려고 했다. 시작은 간간 들러서 자연을 벗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으나 부부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 이들은 ‘드럼치는 농장’을 본격적으로 가꿔나가기 시작했다. 남편 김명성 씨는 포크레인 작업을 직접 하며 농장 안팎을 손수 개간했다. 정씨 역시 식품가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로컬푸드 관련 무공해 먹거리를 재배해 먹고 남은 것은 가공 판매에 나섰다. 개복숭아와 자색감자, 수미감자, 양파와 마늘, 직접 채취한 고사리 말린 것을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상품으로 내놓았다. 지금은 유기농기능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귀농 3년 차인 부부는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정착하게 됐다.

정 씨는 “귀농, 귀촌 전·후 정착에 대한 어려움을 많은 이주자들이 똑같이 겪고 있다”며 “귀농·귀촌인에 대한 홍보 문의처가 확실하지 않고 신규농업인 교육에서 안내를 정확하게 받지 못해 처음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보 공유를 정확하게 하지 않고, 현지인과 귀농·귀촌인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인간 갈등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 정착의 어려움”이라며 “중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개자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착 노하우 나눌 터
정 씨 집은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커다란 커피믹스를 구입해 놓으면 3주를 못 간다. 어느 날은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부부가 귀농한 후 안내면 동대리에는 11가구 이상이 이주했다. 이들 이주 가구는 함께 모여 새로운 지역에서 이웃과 무리 없이 인정을 나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종종 토론한다. 조심할 것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 씨는 “갈등하는 양쪽 하소연을 들어보면 누구나 자신의 입장이란 것이 있다”며 “도시와 농촌 지역 간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서로 융화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옥천 인구 5만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옥천이 우리나라의 중간 지역이고 천혜의 환경을 가진 지역적 여건을 활용해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떠나는 분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하게 된 정착 노하우를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함께 걷는 삶
정 씨는 같은 마을에 93세 어르신이 살고 계시는데 닭 한 마리를 삶으면 들고 가서 안부를 묻곤 한다. 얼마 전에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에게 바우처 신청을 해줬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어르신의 딸이 돌보는 사람을 연결해줘 감사하다고 찾아왔다. 또한 그녀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안내면 지역 어르신들의 비상 연락망을 통해 문안 전화를 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금도 마을 어르신들은 수시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택배를 보내야 한다거나, 방앗간 가야한다며 전화를 하면 차를 가지고 기쁘게 달려간다.

△취미는 곧 활력
‘드럼치는 농장’ 부부는 옥천에 내려와 같은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정 씨는 아프리카 전통악기 잼베를 연주한다. 드럼을 하는 남편은 안내초 방과 후 드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17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안내밴드를 창단하기도 했다. 이 밴드는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매주 일요일 2시 30분 방음이 되어 있는 부부의 집에서 연습을 한다. 지난달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안내면 동대리 마을회관에서 효도밴드 공연으로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옥수수감자축제 때도 공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러한 취미 활동은 부부에게 문화적 충족감과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전국 최고의 귀농·귀촌지
정 씨는 귀농을 준비하며 해남, 충주, 포항, 지리산, 경남 산청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런 그녀가 “옥천은 공기가 맑고 교통이 편리하며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오염시설이 허가나지 않아 귀농·귀촌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추천했다. 그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향후 방향을 정확하게 정하고 문의해야 한다”며 “자신들은 전혀 모르고 들어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를 통해 알게 된 경험을 공유해 정착을 돕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안내면 ‘귀농인의 집’에서 1년간 살며 미리 준비한다면 여러 가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마을 발전을 위해 분명 할 수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 끌고 갈 인재가 없어 안타깝다”며 “농사는 많이 지어놓고 유통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못 찾고 있어 마을 분들과 협력해 방법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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