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지방의 연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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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지방의 연소도 없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9.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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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간혹 TV의 상업광고나 건강잡지 등을 보면 뱃살을 빼는 기구를 선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광고 중엔 복부 부위를 진동시키거나 전기자극을 주는 기구를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호날두와 같은 유명인이 그러한 기구를 자신의 멋진 복근 둘레에 차고 모델로 나오니 혀를 차게 된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으로 특정 인체 부위의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그러한 기구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이완시키거나 수술 이후 재활의 목적으로 쓰여질 수 있지만, 에너지 소모의 측면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는 근육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무지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근육은 무수히 많은 근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근세포를 기다란 실모양이라고 해서 근섬유라고도 한다. 하나의 근육이 수축하여 운동을 일으키는 것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근섬유가 수축운동을 해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하나의 근육 안에 얼마나 많은 수의 근섬유가 동시에 수축을 하는지에 따라서 그 근육이 발휘되는 힘의 수준이 결정된다.

그런데 하나의 근섬유는 또 자신 안에 길이가 변화하는 특성을 갖는 여러 모양의 단백질들을 갖고 있다. 이들을 수축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해서 수축성단백질이라고 한다. 이 단백질들이 실린더모양으로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근섬유는 길이가 짧아지는 운동을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근섬유 안에 있는 수축성단백질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그 근섬유의 길이가 짧아지는 수축운동을 하고, 무수히 많은 근섬유가 동시에 수축을 하여 하나의 근육이 수축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게 한다. 

에너지는 이 수축성단백질이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쓰여진다. 그런데 우리가 능동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많은 수축성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수많은 근섬유의 수축작용이 일어난다.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근섬유의 수는 수십만 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근육뿐만 아니라 그 움직임을 도와주거나, 대항하는 근육도 에너지를 쓰게 된다.

또 근육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대뇌로부터 근육까지의 신경전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하며 이 역시 에너지 소모가 요구된다. 더구나 단순히 신경-근육계의 작용만 개입되는 것이 아니라 심장혈관계, 호흡계, 내분비계 등이 함께 관여하여 에너지 소비 수준이 높아진다. 그만큼 에너지의 소모량은 막대하게 된다. 그러나 전기자극 등의 수동적인 방법에 의해 동원시킬 수 있는 근섬유의 수는 매우 국한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근육의 부분적 수축에 의한 움직임 자체도 인체의 다른 계통과 상호 관련을 갖고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에너지소모를 기대하기 어렵고 설혹 에너지 소모가 있다고 해도 무시할 정도로 아주 미약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복부 부위의 지방을 제거하는 효과는 어떠할까? 그것 역시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인체가 근육을 움직일 때 지방이라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서 쓰는 지방이라는 에너지원은 운동하는 부위의 지방조직에서만 꺼내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체의 전신에 분포된 지방조직에서 꺼내 쓴다.

특히 내장지방이나 최근에 지방이 축적된 부위부터 많이 꺼내 쓰게 된다. 그리고 에피네프린수용체의 분포와 같이 이미 결정된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인체 부위별로 지방을 꺼내서 쓰는 정도에 개인차가 있다.

결론적으로 인체의 어느 특정 부위를 전기자극을 주어서 소모 시킬 수 있는 에너지 소모량은 매우 적어서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부위의 지방만을 따로 제거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인체의 어느 부위가 되든지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최선의 운동은 가급적 전신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 좋다. 그러한 운동은 대체로 신체를 이동시키는 운동으로서 걷기, 조깅, 수영, 사이클, 배드민턴 등이 있다. 명심하자. “근육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 소모가 없고, 에너지 소모가 없으면 지방의 연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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