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술자리와 근육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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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술자리와 근육의 형성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11.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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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피트니스클럽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 후에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일 수도 있다. 과연 운동 후 마시는 술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근육운동을 하고 나서 마시는 술이 근육의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연구의 어려움 때문에 이에 대한 임상연구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비록 제한된 자료이지만 알코올은 근단백질의 합성에 장애가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알코올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8차례 정도의 주기를 갖고 뇌하수체로부터 분비되며 운동에 의해 가장 크게 분비가 자극된다. 또 수면 중에는 처음 한 시간 정도의 깊은 수면상태를 논렘(non-REM)수면이라고 하는데, 이때 성장호르몬이 가장 크게 분비된다. 그러므로 잠이 들고 처음 한 시간 정도가 키의 성장뿐만 아니라 근육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알코올을 섭취하고 잠이 들면 이 수면 리듬이 방해를 받아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70%까지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다.

두 번째로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매우 강력한 단백질동화 작용을 갖고 있어서, 근육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운동은 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자극하는데, 특히 근력운동이 더 큰 분비자극이 된다.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간으로 보내져서 해독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물질도 알코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독성을 갖고 있는데, 남자의 정소에 작용하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갖고 있다. 즉 알코올의 섭취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하여 운동에 따른 근단백질 합성작용을 저해할 수 있으며, 결국 근육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는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해독하기 위한 추가 에너지의 소모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물론 알코올은 그 자체가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다른 영양소(에너지원)와는 차원이 다르다. 즉 우리 몸은 처음 섭취한 소량의 알코올에서만 에너지를 얻고, 그 이후에 섭취한 알코올은 에너지원으로 쓰지 않는다. 그래서 알코올을 “빈 칼로리(empty calorie)’라고 한다. 운동을 한 후 알코올을 섭취한다면, 운동 후에 조직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서 쓰여져야 할 에너지가 이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서 낭비되는 것이다.   

물론 알코올과 근육형성과의 관계는 정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주로 알코올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근형성에 미치는 알코올의 부정적 영향을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맥주 10캔에 해당하는 알코올(120g의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23%까지 현저히 감소하였다.

얼마 전 호주에서 근생검(넓적다리 부위를 부분마취 후 특수한 바늘로 근조직을 채취하는 검사)을 사용한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하였다. 실험대상자들은 중량들기와 스프린트를 포함하는 매우 강도 높은 운동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대상자들은 수 시간 동안 일정량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동일하게 섭취하였다. 그리고 회복시간 동안 체중 1kg당 1.5g의 알코올또는 위약(가짜약)을 섭취하도록 하였다. 이때 섭취한 알코올은 평균적으로 약 7.3캔의 맥주를 마신 것에 해당된다. 그 결과 알코올섭취는 근육에서의 단백질합성속도를 현저히 감소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진 비슷한 실험에서는 체중 1kg 당 1.0g의 알코올섭취(4.9캔의 맥주에 해당)가 운동 후 24시간 후에 나타나는 지연성근통증을 현저히 악화시켰다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그 절반인 맥주 2.5캔에 해당되는 알코올섭취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운동 후 맥주 작은 캔으로 2~3개 미만은 근육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은 근단백질의 합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연구가 개인적인 차이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점이다. 어쨌든 운동을 통해 근육에 얻어진 이득을 조금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운동을 한 날은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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