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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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9.11.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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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입동(立冬)과 대설(大雪)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22일경입니다. 태양의 황경이 240°에 오는 때입니다. 소설(小雪)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을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추위가 시작되고 눈도 내리기 때문에 겨울 채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소설은 대개 음력 10월 하순에 들어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작은 봄’이란 뜻으로 소춘(小春)이라고도 하지요.

또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俗談)이 있는데, 이는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된다고 믿은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잎새 하나가 파르르 떱니다. 하지만 그 잎새마저도 떨어져야 새봄을 준비하는 겨울잠을 잘 수 있습니다. 소설 즈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요?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은 소설로부터 대설까지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구분하여,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천기(天氣)가 올라가고 지기(地氣)가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폐색(閉塞)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소설 무렵, 대개 음력 10월 20일께는 관례적으로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습니다. 이 날은 손돌(孫乭)이 죽던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해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합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왕이 배를 타고 통진과 강화 사이를 지나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왕은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들어 그런 것이라고 호령을 하고 사공의 목을 베었습니다. 사공은 아무 죄도 없이 억울하게 죽어버린 것입니다. 그 사공의 이름이 손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손돌이 죽은 곳을 손돌목이라 하고 지나갈 때 조심한다고 합니다. 해마다 그 날이면 강풍이 불고 날씨가 찬데, 이는 손돌의 억울하게 죽은 원혼(冤魂)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강화에서는 이 날 뱃길을 금(禁)하고 있습니다.

소설에는 입동에 하지 못한 겨울나기 준비를 마저 하는 데 첫 눈이 올 정도의 추위가 시작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지는 않았으므로 김장을 담그고 시래기를 엮어 말리고 무와 호박을 썰어 말리고 목화를 손보아 겨울옷을 준비하고 겨우내 소에게 먹일 볏짚을 썰어 둡니다. 또 한 겨울을 대비하여 방고래와 구들을 손보고 문풍지를 바르고 곳간의 쥐구명을 막는 등 본격적인 음력 겨울에 대비합니다.

조선 후기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중 10월령(음력) 중 10월을 노래한 대목입니다.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고 파동시 쌓아 두소.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빚고 단자하고 강신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앗아 국수하소.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창호지도 덧바르고 땔감도 준비해야 하지만 아낙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김장이 가장 큰일입니다. 핵가족화로 식구도 적은데다가 예전과 달리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어 김치를 덜 먹게 되었지만 여전히 김장은 주부들이 치러야 할 큰 과제지요. 오죽하면 “김장하니 삼동 걱정 덜었다.”라는 말도 있을까요? 한겨울에도 묻어둔 독에서 꺼내 먹을 수 있는 싱싱한 김치는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요, 동반자입니다. 소설엔 슬슬 김장채비를 해야 합니다.

내일 소설이 지나면, 아마도 본격적인 추위로 날씨가 점점 더 쌀쌀해 질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옛 선조들의 겨울을 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했던 것처럼 월동 준비와 건강관리 잊지 마시고, 내복도 꺼내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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