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치매 시어머니 모신 효부 ‘장한 어버이상'
상태바
37년간 치매 시어머니 모신 효부 ‘장한 어버이상'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5.12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산면 강성자씨 39세에 남편과 사별… 네식구 생계 담당
93세 시어머니 모시며 가족 부양한 ‘희생정신’ 높이 평가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부모 모시는건 당연하죠.” 남편과 사별하고 37년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신 ‘효부’ 강성자(68·청산면)씨가 ‘장한 어버이상’을 받았다.

강씨는 23세에 남편과 결혼한 후 39세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했다. 당시 강씨 슬하에는 중학생 자녀 2명과 64세인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으로 가족 모두의 생계가 강씨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네 식구 입에 풀칠하려면 닥치는 대로 돈을 벌어야 했다.

강씨는 산업공장과 깻잎, 버섯, 사과농장 등 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모두 찾아가 일을 해야만 했다. 점점 굳은살이 박혀가는 손으로 일을 해야 했던 강씨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토로했다.

아내보다 3살이 많은 남편 손씨는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지인의 중매로 지난 1971년도에 결혼을 하게 됐다. 행복했던 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결혼 16년 만에 아픔이 찾아왔다. 잦은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남편 손씨는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행복했던 강씨 가족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이었다.

남편 손씨는 몇 달간 병원을 오가며 치료에 매진했지만 당시 의료수준이 낮아 완치는 어려웠다. 병원 입원 3개월 만에 남편을 잃었다.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은 강씨는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일에만 매달리며 살아왔다.

당시 젊은 나이였던 강씨에게 주변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재혼을 권유했다. 하지만 재혼은 하지 않았다. 강씨는 “남편과 사별 후 주변에서 젊은 나이에 홀로된 저를 보고 재혼 권유가 들어왔지만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8남매 중 맏아들을 먼저 보낸 시어머니의 심정과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재혼을 할 수 없었다”라며 “짧은 시간 이었지만 남편과의 행복했던 시절이 자꾸 생각이 나서 재혼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족한 생활이었지만 강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행복한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바로 두 번째 불행으로 찾아온 시어머니의 치매. 시어머니가 자주 물건을 둔 곳을 찾지못한 적이 있었지만 노환으로만 생각했던 강씨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치매로 가정생활이 어려워지자 강씨는 일을 그만두고 시어머니의 병간호에 매달려야만 하는 지경까지 왔다. 시어머니의 건강악화와 가계문제가 불거지자 강씨는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시게 됐다. 강씨는 “평생 한집에서 같이 살줄 알았는데 시어머니께서 치매가 오고 건강까지 악화되어 요양원에 모시게 됐다”라며 “끝까지 모시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자식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아이들 운동회나 학부모 참석 행사가 있을 때 가지 못하고 부모로서 늘 부족했지만 아이들이 사춘기 반항이나 속 썩이는 일 없이 잘 자라 주었다”고 말했다. 강씨의 두 자녀는 중견기업의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끝으로 강씨는 “며느리로서, 자식들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한 것 뿐”이라며 “당연한 일로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