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강한 맥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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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강한 맥파 만들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0.12.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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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혈관은 파동을 친다.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심장은 자신이 담고 있는 혈액을 펌핑하여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혈액을 공급한다. 몸을 이루는 약 70조개의 세포는 모두 이 혈액이 날라다 주는 산소와 영양소를 먹고 산다. 
혈관은 수도관처럼 단순한 관(管)이 아니다. 말하자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관이다. 동맥혈관의 벽엔 근육이 들어있고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원동력은 심장에게 있지만 이 혈액을 계속해서 흐르게 하는 것은 혈관근육의 지속적이고도 능동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심장이 펌핑한 혈액이 혈관의 어느 지점에 도달한 순간 혈관은 반사적으로 확장하여 혈액을 받아들였다가 즉시 수축하면서 혈액을 심장에서 더 먼 쪽으로 밀어낸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확장되었다가 수축하는 움직임은 일종의 파동을 만들어 낸다. 이 동맥의 파동에 의해서 심장에서 품어져 나온 혈액은 온 몸의 말초부위까지 밀려나간다. 이 파동을 ̒맥파̓라고 한다. 
우리는 이 파동을 동맥이 피부 가까운 곳을 지나는 부위, 예를 들어 손목부위 등에서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맥박이다. 즉 심장이 매번 뛸 때마다 맥파가 일어나므로 맥박을 재면 심장의 박동수를 알 수 있다.  
안정 상태에서 심장은 평균적으로 분당 60~80회 정도를 뛴다. 기능적으로 우수한 스포츠심장은 분당 60회 미만으로 뛰기도 한다. 심장은 한 번 수축할 때 약 50~70ml의 혈액을 펌핑한다. 


그런데 최대까지 운동할 때 젊은 사람의 경우엔 최대 200회 정도까지 뛰게 된다. 심장이 한 번에 품어내는 혈액량도 두 배 이상에 달하게 된다. 이는 온 몸의 동맥계를 통해서 더 자주 더 강한 맥파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이 뛸 때마다 커다란 꿈틀거림(파동)이 온몸의 동맥혈관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이 파동의 주파수가 매우 짧고 빠른 형태로 측정된다. 혈관 벽에 지질 플라그가 형성되면서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칼슘 등이 플라그에 침전되어 딱딱해지면서 탄성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혈관의 탄성이 정상이라면 맥파의 주파수 진동이 보다 길고 느리게 전달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동맥의 경직도(딱딱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때 동맥의 기능과 탄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조가 혈관내벽을 이루고 있는 혈관내피세포이다. 내피세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산화질소(NO)를 생성하여 분비하는 일이다. 

산화질소는 혈관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흡연이나 고지혈증, 당뇨나 비만처럼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에 의해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되면 혈관 자체의 물리적 탄성도 떨어지지만 내피세포의 산화질소 생성능력이 떨어져 혈관을 제대로 확장시키지 못하게 된다.  

이외에도 정기적인 운동이 장기적으로 혈관의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운동에 의해 내피세포로부터 생산된 산화질소는 골수를 자극하여 순환내피기원세포의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순환내피기원세포는 혈액을 순환하면서 혈관내벽을 이루는 내피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이를 대체해 혈관 벽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화장실벽의 타일이 파손되었을 때 파손된 파일을 갈아 끼워서 수선하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이 제대로 수선되지 못하고 방치되면 손상된 부분에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침착하여 플라그를 형성하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또 운동은 내피세포로부터 혈관성장인자(VEGF)의 생성을 촉진하여 혈관의 재생을 촉진시킨다. 

우리는 운동할 때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과 심장이 뛰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눈으로 보거나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혈관의 움직임이야말로 운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 중의 하나이다. 

‘노화는 혈관에서부터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다. 혈관의 노화를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크고 강한 맥파를 만드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 운동은 바로 심폐순환계를 자극하는 전신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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