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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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선물
  • 김용각 대전건축사협회 회장
  • 승인 2020.12.03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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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부터 12월 초엔 거리 가득 늘어선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 놓는 손길로 분주하다. 어디 그뿐인가? 번화가에 나가보면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람들을 반겨준다.
출근길 천변도로 너머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커다란 굴뚝을 바라보며 어릴 적 소복이 내리는 하얀 눈 사이로 루돌프 썰매를 타고 선물 배달(?) 오는 산타를 기다리다가 잠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른 새벽이면 목이 말라서라던가 화장실이 가고싶어서라던가 아니면 별 다른 이유가 없어도 꼭 한번씩 눈이 떠졌다. 평소 같았으면 볼 일을 보고 재빨리 들어와 이불 속에 몸을 부비거나 바로 눈을 감고선 다시 잠에 들려 노력했겠지만 크리스마스 날이면 흐트러진 머리를 번쩍 들어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부랴부랴 포장을 뜯어보곤 했다. 
책을 좋아하는 형에게는 위인전집이, 토닥토닥 장난감을 좋아하는 동생에게는 병정놀이 세트가, 유독 먹을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푸짐한 과자와 사탕이 놓여 있었다.


각자 다른 주인을 만난 선물은 결국 세 형제의 공동 용품이 되고 말았지만 선물이 주는 기쁨은 참으로 컸었고 다음 한해도 착하게 살고 부모에게 효도해야 또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산타의 메시지를 머릿속에 되새기곤 했다. 


기껏해야 1970년대 초중반, 당시 이런 선물을 받았던 또래가 많지는 않았다.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던 친구들과 간식도 나눠 먹고 함께 책을 보았던 흐릿한 기억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구체적인 나눔에 대해 조금은 적극적이지 않나 싶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여러 단체에서 불우이웃돕기나 사랑의 성금 모으기 등에 앞장선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차질이 생겼지만 우리 협회도 매년 지속적으로 집 고쳐주기, 불우이웃 생필품 전달, 위탁가정 후원 등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정성껏 준비한 물품과 후원금을 전달해왔다. 


봉사위원회를 주축으로 해 한정된 예산을 탓하지 않고 회의비를 모으며  또 위원회별로 성금을 낼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소중한 뜻을 공유하며 꾸준히 봉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


과거엔 손가락만한 작은 과자도 함께 웃으며 나눠 먹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인심은 각박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 ̒나̓ 위주의 삶을 추구하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태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지속되는 따뜻한 나눔 소식을 듣고 있으면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만한 곳이라고 느껴진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권리' 모두를 공평하게 누려야 하지만 물질만능주의에 기울어져 있는 사회구도는 어느 한쪽만 강요하는 모양새여서 불만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각종 사고와 재해로 강화되는 다양한 기준 속에 건축사의 ̒책임'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전문직으로서 사회의 공공성을 선도하며 멋진 건축문화를 이뤄가는 모습도 좋겠지만 내가 가진 능력과 배워온 지식들이 누군가를 위해 쓰이는 모습도 좋을 것 같다. 
뜬금없지만 협회에서 준비한 물품과 후원금이 수혜자들에게 ‘산타의 선물’로 다가갔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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