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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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 김동희 수필가
  • 승인 2020.12.0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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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을 집필한 일본의 여류작가는 나와 같은 나이 쉰살에 경치좋은 여행지의 풍경을 노래하고 럭셔리한 인생의 편안함을 말한다. 또 자기가 건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지에 대해 아주 세련되고 지적인 표현으로 고급진 자신의 삶과 덧붙여 이야길 한다.
나는 아줌마다. TV에서 쉽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법을 보고선 다음날 그 용품을 사기 위해 시간 내서 마트에 들르고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동동주 한잔을 마시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 이야기가 많아진다. 
늦은밤까지 잠 못 이루는 날이면 옛 추억 상자를 들춰보며 ‘내가 이랬었는데’라고 과거를 회상한다. 


그렇게 기억 속 추억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지금의 나를 떠올리면 괜시리 서글퍼 지기도 하고 어느날 핸드폰에 찍힌 사진 속 웃고 있는 내 눈가에 잡힌 주름을 보며 우울함이 묻어나 혼잣말을 내밷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런 아줌마다.


물론 도회지에 살거나 TV에 나오는 세련되고 지적인 아줌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꾸민 예쁜 동안 아줌마가 때론 부럽기도 하다. 그럴 때면 다시 한번 더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때도 있다.


그런데 이젠 그저 이런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외모상으로 세련되고 지적인 향기를 풍기진 않더라도 타인이 쉽게 편안함을 느껴 다가올 수 있고 넉넉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여자가 되어 보려한다. 타인의 작은 실수에 웃음으로 안심시킬 줄 알고 어지간한 손해엔 ‘오늘 액땜했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려한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기 위해 발버둥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 위해선 하나의 세계를 깨야한다’고 얘기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여태껏 가져왔던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됐던 아줌마의 이미지를 깨부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좀 더 나를 낮추고 내면의 나를 살찌워야 할 것같다. 또 조금 더 많이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흘러간 시간은 언제나 쏜살같다. 내가 생각하는 ‘쉰살의 아줌마’는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앞만 보고 돌진하는 두려움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런 인간상이다. 
누군가 그랬다.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거면 기왕 원하는 거 하고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라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바꿔보려 노력하기엔 너무 아까운 나이, 내 나이 쉰이다. 나는 아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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