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기 운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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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기 운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0.12.1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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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키가 크는 것이다. 성장기의 뼈 골단부(끝부분)에는 연골세포로 이루어진 골단연골판이 있는데 일명 성장판이라고 불린다. 성장판은 x-ray나 초음파촬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키가 자랄까? 개인차가 크지만 상완골을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남자는 18.1세, 여자는 15.5세가 되면 성장판이 뼈로 봉합된 상태가 되어 사라진다. 성장판이 봉합된 이후에도 키는 한동안 자라지만 사춘기와 같은 빠른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성장판에 대한 압박, 늘림, 비틀림, 굽힘과 같은 기계적 자극은 전기적 자극으로 전환되어 성장판에서의 연골세포 증식과 성장 그리고 조골세포의 활동을 촉진한다. 


따라서 성장판에 다양한 물리적 자극을 가하는 형태의 운동은 뼈의 길이 자람과 밀도 증가를 촉진한다. 아울러 운동은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는데 성장기에 성장호르몬은 뼈의 길이성장을 더욱 도와준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이 키의 성장에 좋을까? 키를 결정하는 데는 다리의 정강뼈와 넙다리뼈(대퇴골)의 길이가 중요하다. 대체로 신체를 이동시키는 운동은 지면에 대한 체중의 기계적 부하를 증가시키게 되므로 이들 하체 장골의 골단부에 있는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가 크다. 
키 크는 운동으로 줄넘기가 권장되는 이유는 여기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이에는 지나친 추론이 개입되어 있다. 즉 줄넘기는 성장판을 자극하여 키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운동 중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오로지 키를 키우기 위해 줄넘기를 하는 것은 자칫 지루함을 유발하여 효과를 반감시킬 위험이 있다. 반대로 성장기의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즐기면서 뛰어 노는 다양한 놀이형태의 운동이 성장에 효과적이다.


또 다른 오해는 농구를 하면 키가 큰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린 시기에 키를 키우려고 농구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농구를 하면 운동발달에 도움을 주고 성장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구가 다른 운동보다 키를 키우는데 유달리 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농구는 아무래도 키 큰 선수가 유리하기 때문에 초․중․고를 거치며 키가 자라지 않는 선수는 대부분 도중에 하차하게 된다. 그 결과 성인 농구선수들은 키가 큰 선수들만 선택되어 남는다. 이 현상을 보고 키가 크려면 농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편향(selection bias)’이라고 하며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또 하나의 오래된 속설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중량을 이용한 근육운동을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속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부터 160 여 년 전, 1860년대 독일의 휴터와 볼크만(Heuter & Volkman)에 의한 연구에 기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연구에서 토끼를 대상으로 뒷다리에 스테이플을 사용해 압박을 주었을 때 성장이 저해되고 이 압박을 해제하였더니 다시 뼈가 성장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을 바탕으로 ‘뼈의 성장은 압박에 의해 저해되고 압박의 감소와 늘림에 의해서 자극된다’는 원리가 이후에 ‘휴터와 볼크만 법칙’으로 명명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에 사용된 뼈에 대한 압박은 일정 기간 지속적인 형태로 주어진 것이었다. 이는 중량운동을 하면서 뼈에 가해지는 리드미컬한 압박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압박 스트레스인 것이다. 


물론 성장기에 한쪽 어깨로만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과 같은 습관은 척주측만증의 위험을 높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계획적인 근력운동은 성장판에 적절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최적의 자극이 된다. 결론적으로 중량을 드는 운동은 키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준다. 


또 하나의 오해는 어린 시기 살이 찌면 나중에 키로 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어린 시기에 비만이 되면 이는 성호르몬의 분비시기를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즉 너무 일찍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성장판이 이른 시기에 봉합되도록 하여서 최종 신장은 작아지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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