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힘들었으니 내년에 잘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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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힘들었으니 내년에 잘 되겠죠”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12.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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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장경식 씨
장경식 대표가 농장에 체험학습 온 아이들을 생각하며 미소짓고 있다.
장경식 대표가 농장에 체험학습 온 아이들을 생각하며 미소짓고 있다.

 

배 농장을 운영하는 이승우·장경식 대표는 25년 전 대전에서 운영하던 자영업을 접고 이 대표의 고향인 옥천으로 이주했다. “도시의 팍팍한 삶보단 시골에서 마음껏 흙냄새를 맡고 싶었다”는 장 대표.
부부는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농장의 이름을 지었다. ‘우경농장’, 원래는 딸을 가지면 ‘우경’이라 이름 짓고 싶었는데 딸 대신 농장 이름으로 지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부부는 참 열심히도 농장을 가꿨다. 아침에 나와 돌을 줍고 땅을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새로운 공간에서 부부가 삶의 터전을 손수 마련했다.
지금이야 옥천이 복숭아·포도로 유명하지만 당시엔 곳곳에 배 농가가 많이 있었다. 장경식 대표도 농장 주 작물로 배를 선택했다. 물론 처음부터 농사가 잘 됐던 것은 아니다. 처음 5년간은 거의 소득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수확량이 좋지 않았다. 노하우의 문제였다.
다행히 시간이 잘 해결해 줬다. 일이 손에 익고 어떤 방식이 더 맞는지 하나씩 알아가며 장 대표는 농장을 꾸려 나갔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배 농가가 전부 복숭아 농가로 바뀌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처음 정착 했을 때부터 배를 길러 왔기도 했고 모두가 복숭아 나무를 심는데 나라도 옥천에서 배를 계속 키워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배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당도가 높아진다는 특성도 장 대표가 결정을 내리는 데에 한 몫했다. 덕분에 현재 장 대표의 농장에 70년 이상 된 배나무가 100그루 이상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산전수전 다 겪고 70년이나 살아남은 배나무도 어쩌지 못할 만큼 비가 많이 왔다. 평소 수확하던 열매의 40%나 줄었을 뿐만 아니라 그중 성한 배도 얼마 없다.
그래도 장 대표는 “농사는 사람이 반, 하늘이 반 나눠서 짓는다”며 “올해 힘들었으니 내년에 그만큼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 대표는 농사일 뿐만 아니라 체험 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가족, 유치원생에게 인기가 많은 체험 농장에선 주로 친환경 흙에 대한 수업, 농장 한켠에 있는 복숭아 나무와 배 나무를 비교하는 수업도 진행한다. 청진기를 사용해 나무의 물 소리를 직접 들려주기도 한다.
이 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은 ‘친환경 흙 수업’이다. 흙 속에서 사는 지렁이가 토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지렁이를 관찰하며 진행하는데 장 대표는 “아이들은 지렁이 하나로 두세시간도 꺄르륵거린다”고 했다. 하루는 닭이 다가와 아이들이 보던 지렁이를 잡아먹는 바람에 한 아이가 울었던 웃지 못할 경험도 있다.
이처럼 농장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장 대표.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채로 농사짓는 부모님을 봐서일까, 장 대표의 아들도 농업을 공부하며 청년 농업 인재로 성장해 나갈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농장 일도 바쁠텐데 군북면 여성자율방범대 대장으로도 활동중인 장 대표. 군북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면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장 대표는 “농민들이 많이 힘든 한 해 였을 것이다”며 “올해 작물 문제로 마음이 많이 상하셨더라도 내년엔 새 희망 가지고 풍부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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