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자율주행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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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자율주행시스템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0.12.31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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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량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그렇게 되면 운전자가 승객의 입장이 되어 편안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인체를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우리 몸은 이미 자율주행모드로 운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심장, 혈관, 위나 창자와 같은 내장기관, 땀샘, 방광 등은 자율주행모드로 운전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자동차의 자율주행모드가 오작동하면 사고가 나거나 차가 멈추어 서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나고 질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자율주행차량은 운전자의 조작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환경에 반응하면서 작동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내외부의 환경을 감지하는 수많은 센서들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센서일 것이다. 


이 센서들은 도로 위의 차량들, 보행자, 교통신호, 노면상태와 같은 도로상황을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 센서에서 보내주는 정보에 따라서 자동차는 가속과 감속, 회전과 정지를 한다. 뿐만 아니라 차량운행과 관리에 필요한 정보들, 즉 거리와 속도, 엔진온도, 조도, 타이어공기압 등을 감지하는 수많은 센서들이 차량에 장착되어 있다. 


우리 몸에는 자동차보다 수 십, 수백 만 배보다 많은 센서들이 존재한다. 시각 및 청각 정보를 감지하는 눈과 귀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감지기다. 그 외에 피부나 혈액의 온도감지기, 내장이나 혈관의 압력, 이산화탄소 농도 등 화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각종 감지기, 근육이나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고유수용기 등 무수히 많은 센서들이 몸 안팎에 위치한다. 


자율신경계는 이 센서들이 보내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몸을 운행시킨다. 
예를 들면 걷거나 뛰기 시작하면 관절이나 근육의 센서로 부터 보내진 신호는 다시 뇌에 있는 심장운동중추에 보고되고 이어서 자율신경을 통해 심장이 더 빨리 뛰게 한다. 계속 운동을 함에 따라 혈액 중에 높아진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혈관 벽에 위치한 화학센서에 의해 감지되고 이어서 자율신경을 통해 심장박동과 호흡활동을 더욱 빠르게 한다. 


자율신경에는 교감과 부교감신경이 있는데 이렇게 심장이나 호흡의 활동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교감신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에 의해서 심장박동과 호흡이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 몸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인체 외부나 내부의 환경에 반응하여 수많은 생리적 조절을 하고 있다. 


평소에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우리 몸을 운행시키고 있다. 자율신경실조증이란 이 균형이 깨진 것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광범위한 증세들을 포함한다.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여러 스트레스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하는 생활환경이 교감신경계를 더욱 항진시킴으로써 자율신경의 균형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된다. 


즉, 인체의 자율주행모드의 기능은 평소에 지속적인 긴장이나 분노와 같은 정서적인 불안정에 의해 망가질 수 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 밸런스를 잘 유지하도록 하는 매우 좋은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운전자모드를 사용해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율주행모드가 일시적으로 크게 활성화된다. 


즉, 운동은 인위적으로 교감신경의 활동수준을 높이고 다시 원래 안정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한다. 운동 중에는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더 강하게 또 빠르게 뛰며 혈관은 확장되거나 수축하면서 혈류량을 조절한다. 뿐만 아니라 체온은 상승하여 땀을 분비하며 호르몬과 신경가지를 통한 정보의 교통량은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처럼 운동은 우리 인체가 교감신경의 활동수준을 한 동안 급격하게 올렸다가 다시 안정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도록 해준다. 


그 결과 평소에는 부교감신경이 더 우세한 상태로 잘 유지하도록 한다. 반대로 필요할 때는 교감신경을 통해서 그 상황에 더욱 잘 대처하는 능력을 갖게 해준다. 운동은 인체의 자율주행모드를 최적으로 관리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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