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아도 돼
상태바
‘대충’ 살아도 돼
  • 도복희 시인
  • 승인 2021.01.07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처럼 살자

창가에 의자 하나 들여놓고
발아래 어둑어둑 해지도록 그대 이름이나 부르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오직 비에 젖도록 그렇게 가만히 있어 보자

하나둘 빗방울 그림이나 바라보면서

함께 웃었던 농담 몇 개를 되뇌어 보는 일

담장 아래로 능소화 떨어져 내리는 거나 지켜보면서
금요일이 되어가자

해야 할 모든 일 있거든 ‘대충’ 마무리해 둔 채
더 이상 욕심 없는 눈빛으로
오늘을 그만 쉬었다 가자

나는 비 오는 금요일이 될 거다

잊혀져 간 그대 이름이나 읊조리면서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처럼 살자

창가에 의자 하나 들여놓고
발아래 어둑어둑 해지도록 그대 이름이나 부르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오직 비에 젖도록 그렇게 가만히 있어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