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9)
상태바
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9)
  • 김영미 시인
  • 승인 2016.07.07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향수, 고향 황톳빛 짙은 농촌의 정감을 안겨주는 주옥같은 시로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본란은 현대어로 풀어놓은 시와 해설을 겸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매주 게재된다.                                                                        <편집자주>

 

다알리아 (Dahila)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다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다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 순다여 다오.
암사슴처럼 뛰어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 나온 다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나오는 다알리아.

 

■ 작품 해설

이 시의 시적 대상은 가을볕을 받으며 피어난 다알리아 꽃이다. 붉게 피어난 꽃의 형상을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에 비유하여 관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알리아 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아름다운 새악시의 모습으로 환치시키고 있는 셈이다. 꽃의 이미지와 형상을 새악시의 살결, 부푼 젖가슴과 부끄럼을 타는 숫된 모습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꽃은 그것을 바라보고, 냄새맡고, 만져봄에 의한 즐거움으로써 우리의 미적 의식에 주어지는 무상의 순수한 부여물이다. 그러나 꽃은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소유한다. 본질적으로 일시성, 봄,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또한 그 형태와 색깔 그리고 향기로 말해지는 꽃은 한 세계의 이미지를 보내주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여인과 관계된다면 그 빛깔에 따라 의미가 새롭게 해명된다. 예컨대 오렌지색이나 황색꽃이 태양 상징을 강화한다면 붉은 꽃은 생명과 피와 격정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시에서 꽃은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일시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여인은 꽃과도 같다. 만개한 꽃과 여인의 아름다움, 그것들의 공통분모는 지나가는 시간인 것이다.

정지용 시의 중요한 원리는 사물이나 현상과 같은 외부 세계의 대상에 대한 감각을 통하여 그 감각의 너머에 있는 보다 심층적인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적 가치의 구체적 내용은 인간의 현실적 삶이다. 이러한 시적 감각은 삶 자체를 부정할 어떤 것도 없이 온전한 아름다움으로 긍정하게 함으로써 우리와 삶의 관계를 보다 긴밀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