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발달장애우들도 동등한 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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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발달장애우들도 동등한 주민입니다”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5.20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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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김원배 옥천군지부장
김밥 만들기를 돕는 김원배 지부장
김밥 만들기를 돕는 김원배 지부장

 

‘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옥천군지부(이하 복지협회)’에서는 김밥 등 요리 만들기가 한창이다. 특히 지적발달 장애우들의 손길이 바쁘다. 김을 펴서 밥을 한 주걱 올리고 단무지와 당근을 올리는 모양새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복지협회를 이끌어 가는 김원배(53) 지부장도 장애우들이 김밥을 만드는 동안 밥솥을 옮기고 단무지, 시금치 등 갖가지 채소가 든 그릇을 이리저리 옮긴다.

김 지부장은 복지협회를 이끌기 전에는 목회 활동을 했었다. 1996년부터 필리핀에 선교사로 나가 있다가 2011년 국내로 돌아왔다. 이어 옥천순복음교회에서 목회를 맡았다.

장애우를 돌보다 생긴 인연

그가 목회할 당시 우연히 자폐 1급 아동을 위한 활동 보조를 하게 됐다. 아이를 돌보길 1년 정도 계속했을 무렵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복지협회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아이의 어머니가 복지협회 지부장이었던 것.

김 지부장은 “당사자도 아니고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지부장을 어떻게 할 수 있어요”라고 거절의 의미를 담아 물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한국에 발달장애 단체가 ‘부모회’,‘부모연대’,‘복지협회’ 이렇게 세 곳이 있는데 유일하게 비장애인이면서도 대표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지부장을 맡아달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김 지부장이 지부장 맡기를 한사코 거절하자 이번에는 발달장애우의 부모들로부터 지부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계속됐다. 6개월이 지나도 부탁이 이어지자 결국 2017년 복지협회를 맡았다.

지적 발달장애는 IQ 70이 판단 기준이다. IQ 70 미만이라면 교육이나 학습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는 생산성은 가질 수 없다. 그 대신 IQ 50~70 사이에 있는 발달장애 2~3급은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

김 지부장은 “이분들도 어떤 경우는 정상인과 다름없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지능지수의 개발로 하는 게 아니라 사회성이다”며 “사회성은 사회관계를 많이 하면 발전하는 것 같다. 버스를 탄다든지 하는 일들이 경험에 의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분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했다. 지능이 낮아 뭐가 필요한지, 무슨 혜택이 있는지 몰라 요구조차 못 한다는 사실 때문.

옥천군에서 30명 이상 혜택을 주고 있는 장애우 일자리도 지적발달장애우들은 다른 장애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 누군가가 대신 말을 해주기 전에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할 수 없어서다.

그는 지부장이 된 후 지적발달장애우들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장애우 일자리 30개 가운데 지체 장애 쪽에 10명을 배당했으면 지적발달 장애 쪽도 10명을 동등하게 배당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했다. 덕분에 지금은 지적발달장애우들도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늘었다.

더구나 장애우들에게 주어지는 사업권에서도 지적발달장애우는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복지타운에도 커피숍이 있는데 이분들에게도 커피숍 권한을 달라”고 했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지적발달장애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지타운 커피숍은 멀쩡한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문제였다. 지적발달장애우들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면 “일이 있는데 한번 해보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일자리) 제안을 한 번이나 해봤냐”며 “그러니 이권이 개입되는 일들은 모조리 목소리 큰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옥천에서 1년에 열댓 명씩 쏟아져 나오는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생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 “많은 돈은 아니더라도 50만 원이 됐든 100만 원이 됐든 일정 소득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저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 꿈이다”라며 “제가 은퇴하기 전 저 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교육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의 힘든 점으로 인력 부족을 들었다. “이 분들을 돌볼 수 있는 인력의 한계로 인해 센터를 이용하는 지적발달장애우들만 돌보고 있다”며 “65세 이상인 분들은 서비스가 중단되는 데다 장기요양 쪽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 분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장애우들을 위한 행정 도우미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행정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지적발달장애우 중 60세가 되도록 기초 수급자 신청을 못 한 분이 있어서다. “신청을 위해 작성하는 서류가 많아 질겁을 했다. 이분들의 경우 군청에 가면 어느 부서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부서 안내도 해주고 서류 작성도 대신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이 분들 돕는 일이 너무 행복하고 좋다”며 “주민들이 이 분들을 혐오스럽고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주민으로 동등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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