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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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약이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6.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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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약이다(일명 EIM: Exercise is Medicine)’라는 표어는 2007년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와 미국의학협회(AMA)가 공동으로 처음 시작했다. 그 이후 ‘EIM’ 운동은 매년 열리는 미국스포츠의학회의 한 세션으로 전개됐고 여기에서 많은 정보와 연구결과가 발표‧토론되는 장(場)이 열리게 됐다.

EIM의 취지는 의사와 건강관리 전문가들이 증거에 기반한 운동프로그램을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소개, 적용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하도록 촉구하는 데 있다. 이는 신체활동이 최적의 건강을 촉진하고 많은 의학적 상태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필자는 2008년 5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제55회 미국스포츠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해 주제발표자로 초대된 저명한 운동 생리학자인 스웨덴의 벤트 살틴(Bengt Saltin) 교수의 강연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

그 강연 중에 살틴 교수는 기념비적인 한 연구를 소개했다.

그 연구에서는 3,241명이나 되는 사람이 연구대상으로 참가했고 4년 동안 추적조사가 이뤄졌다.

대상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었는데 한 집단은 ‘메티포민’이라는 혈당조절을 하는 약을 먹었고 또 한 집단은 가짜 약(플라세보)을 먹었다. 그리고 또 다른 집단은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습관의 변화를 꾀한 집단이었다.

4년 후 합병증을 일으킨 비율을 조사한 결과 메티포민을 섭취한 집단은 가짜 약을 먹은 집단에 비해 합병증 발병률이 3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운동을 중심으로 생활습관을 변화시킨 집단은 합병증 발병률이 58%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메티포민이 독일의 손꼽히는 제약회사인 바이엘사에 의해 1970년대 초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해도 이 소식은 당뇨병이 바로 극복될 것처럼 언론에 의해 소개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물론 메티포민이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의 위험을 낮추고 많은 사람의 생명을 연장한 것은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의 변화는 당뇨병이나 그로 인한 합병증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다. 그런데도 당뇨병과 그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방법으로서 운동에 대한 인식은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의학계에서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실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심장마비, 일반적인 수술이나 부상으로부터 사람이 어떻게 회복되는지에 대한 많은 의학적 관찰과 실험을 통해서 사람은 움직여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주장해 왔다. 즉 사람은 유전자 발현의 수준에서부터 심장이나 근육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도록 돼 있다’라는 것이다.

EIM의 주창자 중 한 사람인 미국 국가노화연구소의 로버트 버틀러 박사는 운동에 대해서 “만일 운동을 한 알의 알약 안에 넣을 수 있다면 이 약은 가장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가장 유익한 약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란셋’에서는 운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신체적 비활동은 광범위하게 유행한다는 측면, 건강에 미치는 효과와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더구나 건강과 경제, 환경 그리고 사회적으로 초래되는 결과를 고려할 때 범유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재 EIM 운동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되면서 각 나라에 EIM 지부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스포츠의학회가 2019년에 한국지부로 인정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단계다.

이처럼 운동은 이미 의학적 관점에서도 우리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질병 예방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병에 걸리면 약부터 먼저 먹을 생각을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필요하다면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돼야 할 것은 자신의 생활습관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보고 건강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운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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